부산에 기반을 둔 종합물류기업 팬스타그룹이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로보틱스 시장에 진출한다.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통신 △2차전지 △자동차 및 선박 엔지니어링 △산업용 기계 제어 및 보안 등 최근 7년 동안 집중 투자한 제조업 기반 기술을 토대로 올해 모빌리티 전문기업 전환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로봇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을 다음달 부산에 설립한다”며 “올해는 팬스타그룹이 종합물류기업에서 모빌리티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팬스타그룹은 합작법인 지분 52%를 확보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와 공동으로 부산에 청소용 로봇 기업을 세운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청소용 로봇 ‘위즈’ 판매로 국내 시장 저변을 넓힌 뒤 로보틱스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건물과 로봇에 센서를 깔고 데이터에 기반한 건물 관리 서비스를 내놓는 게 1차 목표다. 김 회장은 “그룹 계열사 팬스타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개발한 기술들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로봇과 상당히 궁합이 좋았다”며 “센서와 기계 제어, 통신 및 AI 등 활용할 사업군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제조업에 관심을 보인 시기는 2008년. 친환경 연료 추진 여객선 개발을 위해 일본과 국내 조선소의 문을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부품기업 헤스본을 인수해 팬스타엔터프라이즈로 편입(2015년)하고, 2016년에는 선박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 팬스타테크솔루션을 설립했다.
친환경 연료 기반의 여객선 구상은 제조업 투자로 이어졌다. 헤스본 인수는 소프트뱅크와의 접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개발해 KDDI 등 일본 3대 통신사에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중량 50t 수준의 물체를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들어 올리는 리프팅 장치를 개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공급 중이다. 이외에 산업용 제어 인증, 암호화 기술을 개발해 국제 특허를 냈으며 국방 분야 사이버 테러 대응 연구과제를 따내기도 했다.
신설 합작법인의 로보틱스 사업은 팬스타그룹의 기술과 강력한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팬스타가 보유한 화물·여객 선단에 적용할 수 있는 데다 신조 선박 설계와 사후서비스(AS) 역량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이외에 센서 기반의 기계 제어 기술과 통신, 보안 기술까지 두루 갖춰 청소용 로봇에서 로보틱스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
김 회장은 “제조업 투자로 자신감을 얻었다”며 “로보틱스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기존 물류 체계에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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