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의 지난해 11월 빌라 착공 물량은 ‘제로(0)’였다. 2022년만 해도 이 도시의 월평균 빌라 착공 물량은 176가구 남짓이었다. 작년 3월부터 매월 착공 물량이 100건을 밑돌다가 11월 급기야 제로까지 떨어졌다.
대구는 지난 5월부터 7개월 연속 월간 빌라 착공 물량이 한 건도 없다. 울산과 대전도 각각 5개월, 4개월 연속 공사에 착수한 빌라가 한 군데도 없다. 다른 지방 상황도 비슷하다. 작년 11월 기준 강원과 충북, 전북, 전남, 경남, 세종에서도 새로 작업에 들어간 빌라 공사 현장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모든 유형의 주택 공급이 줄어들었지만 빌라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작년 1~11월 지방 전체 빌라 착공 물량은 2284가구로, 2022년 같은 기간(6636가구) 대비 66% 급감했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 첫 삽을 뜬 아파트 물량이 14만9280가구에서 6만7373가구로 55%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빌라 감소 폭이 더 크다.
최근 1년 새 수도권 빌라 착공 물량도 3만2520가구에서 8933가구로 72% 급감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아파트 착공 물량 감소 폭(49%)보다 크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빌라는 대부분 중소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만큼 자금 조달 문제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무엇보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확산하며 수요가 확 꺾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지방 광역시에선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공급이 적지 않았던 것도 빌라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 아파트값은 수도권보다 저렴해 전세 사기 등으로 불안을 느낀 이들이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서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는 빌라 공급이 계속 감소할 경우 청년이나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방 빌라 월세는 지난달 0.1% 상승해 오름세로 돌아섰다. 빌라는 착공부터 완공까지 6개월 남짓 걸리는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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