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지난해 인정받은 글로벌 수준의 제품 기술력과 KT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상용 제품을 납품한 경험, 정부의 ‘K-클라우드 프로젝트’ 참여 등을 바탕으로 해외 데이터 센터를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리벨리온은 대규모언어모델(LLM)에 특화된 차세대 반도체 ‘리벨’을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해 올해 내놓을 계획이다. 박 대표는 “리벨리온은 첫째도, 둘째도 글로벌 시장이 목표”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실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지난해 1세대 AI 반도체 ‘워보이’ 생산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바우처 지원 사업 선정 기업의 절반(15곳)이 워보이 NPU(신경망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의 고성능 컴퓨팅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00여 개 업체 중 60곳도 워보이를 선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데이터센터에서도 워보이가 쓰인다.
퓨리오사AI는 올해 2세대 AI 반도체인 ‘레니게이드’의 생산에 집중할 예정이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추론 부문의 NPU 중 최초로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사용해 챗GPT 수준의 LLM 구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퓨리오사AI는 상반기에 레니게이드를 양산하고, 하반기에는 국내 주요 고객사의 평가와 검증을 받을 예정이다. 백 대표는 “퓨리오사AI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서버 전용 추론 부문 AI 반도체를 계속 개발하고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회사는 컴퓨터 비전용 AI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김녹원 딥엑스 대표는 “딥엑스의 제품으로 만든 AI 솔루션은 로봇, 모빌리티, 영상 보안, 서버 등의 기업 40여 곳에서 사전 검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초 150개 이상의 고객사와 학계에도 관련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엑스는 이달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를 시작으로 ‘MWC 바르셀로나’, ‘시큐테크 타이베이’, 미국 보안 전시회(ISC West), 중국 선전 하이테크 전시회 등에도 참여해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
망고부스트, 하이퍼엑셀 등 지난해 대규모 투자를 받은 초기 반도체 스타트업도 올해 한 단계 도약을 노린다. 망고부스트는 DPU(데이터처리가속기)를 개발하는 반도체 기업이다. DPU는 데이터센터에서 대규모 데이터의 효율적인 처리를 돕는 반도체를 뜻한다. 망고부스트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시리즈A(사업화 단계)에서 5500만달러(약 714억원)를 유치했다. 작년에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고 올해에는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하이퍼엑셀은 최근 AI 서비스 수요 급증에 따라 늘어난 서버 비용을 줄이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하이퍼엑셀은 지난해 AI 맞춤형 반도체인 하이퍼엑셀 오리온을 개발했다. 챗GPT처럼 AI 연산에 비용이 많이 드는 LLM에 최적화돼 있다. 메모리 대역폭 사용을 극대화해 비용 효율성을 높여준다. 하이퍼엑셀은 지난해 60억원 규모 시드(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기술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전문 벤처캐피털(VC)의 한 심사역은 “일부 기업은 해외 업체보다 기술이 뛰어나다고 주장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호한 구석이 있다”며 “전체 10개 항목 중 1개 정도는 뛰어날 수 있지만 종합 점수로 보면 글로벌 상위권 기업과의 격차가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도 넘어야 할 ‘허들’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도 AI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구글과 인텔 역시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삼성전자와 AI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고객사를 확보한 AI 반도체 스타트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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