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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13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도입한 계정 공유 정책이 지속적인 수익 개선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영화·드라마 외에 게임·스포츠 생중계 등의 부문에서도 투자를 늘려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설 방침이다.
○“블록버스터급 실적”
넷플릭스는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이후 지난해 4분기(10~12월) 신규 가입자 수가 1310만 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분기 기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으로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2020년 1분기 이후 최대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사상 최고치다. 월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891만 명)와 직전 분기 증가폭(876만 명)을 크게 웃돌았다.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가입자 수가 500만 명 넘게 불어났다. 미국에서도 120만 명 늘었다. 북미(미국·캐나다)에선 전체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는 총 2억6028만 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년 대비 13% 늘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8억3000만달러(약 11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1년 전(78억5000만달러)보다 12.5% 늘었고, 이는 시장 예상(87억2000만달러)을 웃돌았다. 다만 순이익은 9억3780만달러(약 1조2500억원)로, 회사 목표치(9억5600만달러)를 밑돌았다. 주당순이익(EPS)도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추정치 2.22달러에 못 미치는 2.11달러였다.
넷플릭스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22~23%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1분기 EPS 전망치도 4.10달러에서 4.49달러로 올려 잡았다. 스펜서 노이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주주 서한에서 “2024년을 좋은 모멘텀과 함께 시작하고 있다”며 “연중 내내 두 자릿수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넷플릭스가 “작년 재정적 측면에선 블록버스터급 한 해를 보냈다”고 평했다. 제시카 레이프 에를리히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올해 콘텐츠 투자에 22조원 쓴다
넷플릭스의 실적 개선에는 계정 무료 공유를 금지한 정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같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계정 이용자로 추가하려면 한 달에 7.99달러(약 1만원) 더 내도록 조치했다.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더 낮은 구독료를 낼 수 있게 하는 등 상품 종류도 다변화했다. 광고가 달린 요금제를 택한 월간 활성 사용자는 지난해 10월 1500만 명에서 이달 초 2300만 명으로 늘었다.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만큼 리니어(linear: 방송사가 편성한 채널을 시청자가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선형 방식)에서 스트리밍으로 옮겨가는 광고 수요를 빨아들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넷플릭스는 광고 채널 확장을 위한 사업 다각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콘텐츠 부문 투자에 17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를 쓰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대표 프로레슬링 프로그램인 ‘로(Raw)’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9% 가까이 급등하며 2022년 초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치에 다가섰다.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 18개월 동안 두 배 이상 뛰었지만, 정점을 찍었던 2021년 10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25%가량 낮은 수준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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