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규모 수출을 해온 LG전자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규제 시행까지 불과 7개월 남짓 남은 터라 정해진 기간 내 해당 규정을 지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승현 LG전자 고객품질연구소장(사진)은 “아랍어를 사용하라는 문구와 관련해 적용 대상 등에 대한 가이드가 부족해서 난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일은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빈번하게 벌어진다. 매번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세부 사항에 대한 추가 질의를 해야 하는 게 다반사다. 지 소장은 “북미, 유럽 시장 외 수출 지역 다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신흥국에선 기술규제 대응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해결사로 나선 건 국가기술표준원 무역기술장벽(TBT) 종합지원센터(TBT센터)였다. LG전자는 먼저 TBT센터에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시행 시기를 1년간 유예하는 데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요건에 맞춰 개발을 수정하고 포장, 선적하려면 18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TBT센터는 즉각 이라크 정부에 적용 시기를 2025년 5월 14일 이후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 소장은 “TBT센터가 있었기에 유관 협단체와 품목별 협의회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적용 측면에서 유권해석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국내 기업은 시장별로 세분화돼 있는 해외 기술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민간 시험·인증기관과 주요 기업이 무역 기술장벽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매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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