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과징금 200억'…6년간 통신 설비 임차료 담합

입력 2024-01-25 16:36   수정 2024-01-25 16:37


이동통신 3사가 통신설비 설치장소의 임차료를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200억원을 물게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SK텔레콤의 자회사 SK오엔에스에 대해 과징금 200억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3년 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아파트와 건물 옥상 등 이동통신 설비 설치 장소의 임차료를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 대상 회사는 4개 사지만 담합은 3개 사만 참여한 점을 감안해 편의상 3사로 통칭했다. 업체별 과징금을 보면 KT가 86억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LG유플러스는 58억700만원, SK텔레콤과 SK오엔에스는 55억6300만원이다.

KT와 SK텔레콤은 "향후 준법 감시 활동 강화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LG유플러스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통신 3사는 아파트·건물의 옥상 등을 빌려 중계기 및 통신설비를 설치하는데 아파트 옥상을 빌리게 될 경우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또는 관리사무소와의 협상으로 임차료가 결정된다. 책정된 임차료는 아파트 단지 수입에 포함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사용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2011년 4세대(LTE)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과정에서 임차비용 절감과 임차료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2013년 3월 본사 및 지역 협의체를 결성해 2019년 6월까지 담합을 지속해 왔다. 이동통신 3사 협의체 명칭을 '티에프(TF)'로 정했고 이후 2016년 '어깨동무'로 이름을 변경했다.

본사 협의체는 임차비용을 절감하기로 공조하고 합의 사항을 지방에 전파하거나 고액 임대인을 공동 대응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또한 임차료가 높은 설치장소(국소) 중 임차료가 높아 공동 대응이 필요한 국소를 합의해 계약 갱신 시 임대인에게 제시할 임차료 금액을 공동 결정해왔다. 공정위는 3사가 공동 대응을 위해 관리해 온 국소 지역을 8500여곳으로 파악했다.

또한 3사는 신규 아파트단지 등에 통신설비를 새로 설치할 경우 각사가 함께 적용할 '지역별 임차료 가이드라인'을 정했는데 이는 임대인과의 협상 시 기준가격으로 활용된 정황도 파악됐다. 또한 기존 임차 지역에 4.5세대 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시 적용할 임차비용의 상한선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사 담합으로 인해 고액 국소 계약 건당 평균 연 임차료는 2014년 558만원에서 2019년 464만원으로 94만원가량 낮아졌으며, 신규 계약의 경우 계약 건당 평균 연 임차료는 2014년 약 202만원에서 2019년 약 162만원으로 40만원가량 인하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아파트 입주민 등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대기업 간 구매 담합에 대한 적발 사례"라며 "최종 가격에 대한 합의가 아니더라도 합의 가격이 최종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 협상의 제안가격, 기준가격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경성 담합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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