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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72년 동안 유지돼 오던 술 판매 규제를 풀었다. 사우디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금융·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대개혁 정책 ‘비전 2030’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25일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사우디 수도 리야드 서쪽 대사관과 외교 관저들이 몰려 있는 외교 단지에서 몇 주 내로 주류 상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다만 술 판매 대상은 무슬림이 아닌 외교관들로 엄격히 제한된다. 이들은 지정된 앱 ‘디플로’를 통해 사전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정부로부터 승인 코드를 얻어야 한다.
매장 내에선 사진 촬영이 금지되며, 휴대폰은 파우치 안에 넣어야 한다. 21세 미만은 출입할 수 없고 대리 구매는 불가하다. 한 달 동안 구매할 수 있는 양도 정해져 있다. 매월 인당 240포인트를 부여받는데, 양주 1ℓ는 6포인트, 와인 1ℓ는 3포인트, 맥주 1ℓ는 1포인트 등으로 책정됐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불법 술 매매를 근절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아들 미샤리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자가 술에 취해 제다 주재 영국 부영사 시릴 우스만을 총으로 사살한 사건을 계기로 1952년부터 술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 지역 국가들에서 대중화하면서 사우디에서도 암시장이 번성해 왔다. 외교관들이 외교행낭 속에 감추는 방식으로 술을 대량 밀반입한 후 암시장에 내다 파는 경우도 빈번했다. 현재 사우디에선 술을 마시거나 소지한 것이 적발될 경우 벌금, 징역형, 태형에 처해진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빈살만 왕세자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가 현대화 작업의 일부라는 데 무게를 뒀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미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영화관·콘서트장 운영을 허용하는 등 여러 자유화 조치를 취했다. 한 익명의 컨설턴트는 CNBC에 “궁극적으로 호텔을 포함한 다른 장소에서도 술장사를 허용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사우디가 5000억달러를 들여 건설 중인 미래 도시 ‘네옴시티’에서 와인과 칵테일, 샴페인 판매가 허용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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