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모빌리티 회사들이 둥지를 튼 ‘웨스트홀’로 발걸음을 옮기니, 한쪽 귀퉁이에 한산한 복도 입구가 나왔다. 그 길 양쪽엔 미팅룸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깃발들이 보였다. 이 미팅룸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차림새는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은 ‘전시장 사람’들과는 달랐다. 쫙 빼입은 양복에 포마드 기름으로 머리에 힘을 준 중년이 대부분이었다. CES를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쓰는 사람들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VCC 외에도 라스베이거스 시내 호텔을 빌려 미팅룸으로 썼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와 삼성전자 LG전자처럼 CES를 비즈니스 현장으로 활용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실속’보다는 ‘외형’에 집중한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부스를 화려하게 꾸미고 관람객을 붙잡는 데만 힘을 쏟을 뿐 판매 계약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건 뒷전인 회사가 많았다.
올해 CES에 참가한 772개 한국 기업 가운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다음 미팅 약속을 잡은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얘기를 여러 참가 기업인으로부터 들었다. 주머니가 넉넉한 대기업이야 그렇다 쳐도, 쪼들리는 살림에 수백만달러를 들여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LVCC에서 멀리 떨어진 베네시안 엑스포에서도 CES가 열렸다. 큰 회사가 아니라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곳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이곳을 찾았다. 자신들의 사업에 접목하거나 일찌감치 투자할 재목을 미리 보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한 국내 기업인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CES는 지난 수년간 한국 기업들의 눈과 귀를 열어준 행사였다. 대기업 총수부터 스타트업 실무자들까지 CES를 둘러보며 세상을 바꿀 기술과 트렌드를 읽었고, 그 덕분에 한국 기업의 위상은 CES에서 최정상급으로 올라왔다. 한국 기업들이 이제 CES를 ‘교육의 장’을 넘어 ‘비즈니스의 장’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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