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탓이며, 소위 ‘자사주 마법’부터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주장에 호응해 인적분할 때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대기업 옭아매기와 약탈적 상속세가 원인인데, 멀쩡한 자기주식을 탓하니 독감에 소화제를 처방하는 격이다.
자사주 마법은 과연 실존하는가? 분할 신설회사(B)가 발행하는 신주를 분할회사(A)의 주주에게 그 주식 비율대로 분배하는 방식이 인적분할이다. A회사의 주주 구성이 대주주 30%, 소액주주 50%, 자사주 20%라면 B회사의 주식도 똑같이 30 대 50 대 20 비율로 배정된다. A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에 B회사의 주식을 배정해 지배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되는 현상을 자사주 마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사주에 B회사의 주식을 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옳지 않다. 자사주에 배분된 B회사 주식은 A회사의 지배주주 소유물이 아니고 A회사 것이며, 그 의결권도 A회사 이사회가 행사한다. 그러므로 지배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이런 식이면 상법이 인정하고 있는 물적분할의 경우 B회사의 모든 주식을 A회사가 보유하게 된다. 이때는 지배주주가 100%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봐야 하니, 물적분할은 절대 금지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터무니없는 논리다. 다만, 지배주주가 취득한 B회사 주식을 A회사가 가진 자기주식과 맞교환하면 A회사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도 대신 B회사에 대한 의결권은 상실한다.
이처럼 주식교환은 주주의 재산권 행사에 불과한데, 이를 굳이 막아야 할 일인가. 교환을 금지하는 것은 주주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자사주 마법이 아니라 ‘주식교환’ 문제다. 그 교환이 불공정하다면 이를 엄격히 감시하면 된다. 어디를 봐도 마법은 없다.
주주의 재산권 행사를 금지하면 회사는 자사주를 처분한 돈으로 B회사 주식을 취득하고, 지배주주는 B회사 주식을 시장에 매각해 A회사 주식을 취득해 지배권을 강화하면 같은 결과가 된다.
인적분할은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게 새 주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고스란히 유지되고 분할 전후 현상 변경이 없다. 이것은 상법 제418조(주주의 신주인수권)에서 신주 발행 시 모든 주주에게 주식 수에 비례해 신주를 배정할 것을 정한 것과 일치한다. 한국처럼 확실하게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법률로 보장해 ‘지분 불변의 원칙’을 실현하고 있는 나라도 없다. 물적분할은 이미 금기시되고 있다. 분할 신설회사(B)의 상장 이슈 때문이다. 이제 인적분할마저 도마 위에 올랐다. 이것까지 망가뜨리면 기업은 현물 출자나 영업 양도 등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을 궁리할 것이다. 이게 ‘킬러 규제를 없앤다’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 폐지 방향과 맞는가.
정책당국으로선 자사주 제도를 아예 없애면 시원하겠지만, 자사주의 효용이 너무 많아 이런 극단적 처방은 비현실적이다. 금융위는 자사주 마법 같은 거짓 프레임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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