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연율 3.3%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작년 3분기 성장률인 4.9%보다 둔화했지만 로이터통신 시장 추정치 평균인 2%를 크게 웃돌았다. 이날 발표는 속보치로, 향후 공개될 잠정치와 확정치는 수정될 수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당초 전망보다 늦어질지 주목된다. Fed 주요 인사는 오는 30~31일 FOMC를 앞두고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블랙아웃’ 기간에 진입했지만, 주요 경제 지표는 미국 통화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26일 발표되는 물가 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 오르는 데 그치며 전월의 전년 동기 대비 수치인 3.2%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S&P글로벌이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0.3으로 전월 47.9에서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경제학자들이 1년 전 경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빈약한 성장을 예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는) 경제 성장이 매우 강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 인하 시기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청구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전주의 19만9000건을 웃돌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지표 발표 직후 금리선물시장은 Fed가 1월 기준금리를 동결(연 5.25~5.50%)한 뒤 3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52.6%로 전망했다. 5월 동결 가능성은 51.2%로 절반 이상이다. Fed의 첫 금리 인하 시기가 6월로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Fed가 올해 3월을 시작으로 최대 여섯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4%로 전문가 예상치(3.2%)를 웃돌면서 점차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줄었다.
다만 댄 노스 알리안츠트레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는 지금까지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며 “아직 경기침체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느린 성장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의 성장에 따라 유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 이상 올라 배럴당 76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도 1% 넘게 상승해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연 4.5%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상반기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12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폭이 커지면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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