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고강도 온라인 게임 규제 초안을 돌연 삭제했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규제가 철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낙관하긴 이르다는 반응이다. 불확실성을 감안해 중국 시장 의존도가 낮은 게임주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게임 TOP 10 지수'는 최근 2거래일 새 3.81% 올랐다. 이 지수는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주 10곳으로 구성됐다. 이틀간 지수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은 26조9711억원에서 28조659억원으로 1조원 이상 불어났다.
중소형 게임주의 주가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조이시티는 16.47%, 컴투스홀딩스 7.72%, 데브시스터즈는 4.46% 올랐다.
중국발 호재가 주가를 견인했다. 지난 23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국(NPPA)은 '온라인 게임 관리 방법' 규제 초안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시장이 큰 충격을 받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규제가 발표된 후 중국 게임사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당시 국내 'KRX 게임 TOP 10 지수' 구성 종목의 시가 총액도 2조원 이상 줄었다.
지난해 말 NPPA는 고강도 규제안이 담긴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NPPA의 규제 초안을 보면 게임 내 연속 로그인·첫 게임머니 충전·연속 충전 등을 장려하는 프로모션 금지, 확률형 아이템 금지, 게임머니 충전 한도 설정 등이 세부 항목에 포함됐다. 당국은 앞서 지난 22일까지 업계의 의견을 듣고 해당 규제 초안을 시행할지 확정하기로 했다.
중국 규제 당국이 한발 물러서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규제가 철회돼 국내 게임사가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 크래프톤 주주는 포털 종목토론방에서 "중국 규제 철폐돼 최대 악재가 사라질 것"이라며 "실적 발표, 신작 출시 등 모멘텀도 풍부해 장기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규제 철회 여부가 불확실하고, 기존 규제안은 고과금 게임을 겨냥하고 있어 국내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이유에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의견 청취 이후 2∼3달 이후 공식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 취소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게임 업종에 대한 규제는 일정 수준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나 미성년자 보호 조치 등은 다른 국가에서도 어느 정도 도입하고 있는 만큼 향후라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규제안 초안 자체가 너무 모호하다"며 "해당 규제안을 엄밀히 적용하면 사실상 중국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수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완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으니 시장에서 너무 과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크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중국 시장 외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성을 확보한 기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은 "한한령때 경험했듯이 게임 산업을 겨냥한 규제가 도입될지 모른다"며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해바라기'에서 벗어나 인도, 남미,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삼성증권은 크래프톤, 웹젠, 더블유게임즈를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오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과금을 많이 유도하지 않아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며 올해 '다크앤다커' 등 신작이 출시되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웹젠은 자체 개발한 '테르비스'를 출시하며 중국 의존도가 점차 낮아질 것이며 자산 가치도 높아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며 "더블유게임즈는 중국 매출이 없어 규제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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