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수가 3000만명에 달해 '슈퍼 인플루언서'로 분류되던 키아라 페라니(36)의 '가짜 기부' 스캔들 후 이탈리아 정부가 관련 법안을 손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24일(현지시간) 정부가 25일 내각회의에서 일명 '페라니법'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페라니법은 기부와 관련된 제품은 목적과 수령인, 자선 단체에 기부되는 몫을 명확히 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플루언서들이 기부를 명목으로 상품을 홍보할 경우 기부금이 누구에게, 무엇을 위해, 얼마나 전달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위반 시 최대 5만유로(약 72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반복될 경우 최대 1년 동안 온라인 활동이 정지될 수 있다.
페라니는 2017년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패션 인플루언서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기부 논란으로 타격을 입었다.
페라니는 2022년 11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고 어린이 병원에 기부도 하자"며 제과업체 발로코와 손잡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했다. 페라니는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에 "어린이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한다"며 "이 시도가 자랑스럽고, 우리의 크리스마스가 좀 더 달콤해질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케이크 디자인은 자신이 직접 맡았다고 소개했다. 이 케이크는 통상 가격보다 비싼 개당 9유로(약 13000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이탈리아 반독점 당국이 조사한 결과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금이 어린이 병원에 기부된다는 페라니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기부금은 발로코가 케이크 출시 몇 달 전에 어린이 병원에 전달한 5만유로(약 7200만원)가 전부였다.
반독점 당국은 케이크 판매금이 기부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달 페라니에게 107만5000유로(약 15억5000만원), 발로코에 42만유로(약 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라니가 발로코와 짜고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본 것.
페라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홍보하는 조건으로 발로코 측으로부터 100만유로(약 14억4000만원) 이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페라니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에 "상업적 활동과 자선 활동을 연계하는 '선의의 실수'를 저질렀다"며 "어린이 병원에 100만 유로를 기부하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페라니의 해명에도 비판이 쏟아지면서 코카콜라는 최근 페라니를 모델로 내세운 TV 광고를 철회했다. 이탈리아 안경테 제조업체 사필로 또한 페라니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법당국은 페라니가 상습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밀라노 검찰은 그가 부활절에 선물로 주는 달걀 모양 초콜릿, 자신을 닮은 인형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이 재판에 회부되면 페라니는 사기죄로 1년에서 5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현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페라니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멜라니 총리는 "진짜 본보기는 옷을 입고 가방을 보여주며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며, 자선이라고 믿게 만드는 값비싼 케이크를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다"고 저격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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