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전국 지가변동률과 토지거래량' 조사에서 전국 250개 시, 군, 구 중 가장 높은 지가상승률은 바로 용인시 처인구였습니다. 전국 토지가격이 전년 대비 0.82% 상승했는데 용인 처인구만 6.66% 폭등했습니다. 용인에 들어선다는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입지의 후광효과 덕분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원삼면 약 415만㎡ 부지에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설한다고 합니다. 2025년 3월에 첫 번째 반도체 제조시설을 착공하고 2027년 준공한다는 계획인데,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반도체인 HBM 시장에서 확실한 선두이고 향후 지속 투자를 하겠다고 하니까 이 클러스터는 빠르게 자리를 잡을 전망입니다.
그렇다고 올해도 지가가 상승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인구가 몰려들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는 상황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인력 수급에 대응하는 IT 업계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IT 업계에서는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출퇴근이나 생활 여건 때문에 이탈하는 인력이 늘어나니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성수동 이마트를 사들이고 본사 입주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강남이나 여의도, 광화문 지역에는 대규모 사무실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보니 IT 인재들은 먼 거리를 출퇴근하길 꺼리니 성수동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은 곳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생산공정 100% 자동화를 목표로 삼성전자 반도체 무인공장 TFT를 가동했습니다. 국내 인구는 줄어들고 외국인 노동자 투입도 어렵기에 이런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SK하이닉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 클러스터 생산공장 대부분을 무인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일하는 공장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얼마 전 미국 BMW 공장에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된다고 발표됐습니다. 아마존에서도 휴머노이드를 대규모로 배치해 노조의 반발을 샀습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도 휴머노이드를 2년 뒤부터 판매하겠다고 합니다. 인간을 대신해 로봇이 일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오르기 어렵습니다. 이미 투자자들로 인해 토지가격이 폭등했으니 반도체 효과를 보더라도 상승 폭은 미미할 것입니다.
제자리걸음이 예상되는 부동산과 반대로 그간 어려웠던 반도체 공급과 수출이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쓸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미 많이 오른 미국 엔비디아 주식도 올해 3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에 인공지능을 탑재했고, 챗 GPT-4 등을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은 애플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꼭짓점에 와있는 반도체 부동산보다는 반도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겁니다. 이제는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땅과 아파트를 살 시기가 아닙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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