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탑재해 화합물을 자동으로 합성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했다. 빠르게 신약 후보물질을 생산할 수 있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진은 자율 화합물 합성 로봇 ‘로보켐(RoboChem)’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5일(현지시간)자에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에 사용되는 화합물을 합성하는데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 간단한 화합물의 경우 며칠 안에도 가능하지만 구조가 복잡한 경우 몇주 혹은 몇달이 소요되기도 한다.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해서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티모시 노엘 암스테르담대 교수는 한국경제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일주일이면 약 10~20개의 분자 합성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다”며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의 수량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로보켐에 AI 기계학습을 도입해 화합물 합성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과 레시피를 찾을 수 있어 가능했다. 로보켐은 하나의 분자당 20~60개의 다른 반응경로를 탐색하도록 만들어졌다. 연구자가 입력한 레시피대로 화합물을 합성하던 기존 자동화 기계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로보켐은 로봇 바늘로 재료 물질을 소량으로 혼합한 뒤 발광다이오드(LED) 빛으로 광촉매를 활성화시켜 분자 변환을 유도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연구진은 무작위로 물질을 선별한 뒤 로보켐과 수작업으로 각각 합성해 수율을 비교했다. 노엘 교수는 “80%의 확률로 로보켐이 더 높은 수율을 보고 나머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노엘 교수는 “화합물 합성은 신약개발에서 가장 큰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과정”이라며 “향후 전통적인 화합물 합성법을 대체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성에 광촉매를 사용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화합물 합성은 값비싼 금속 촉매나 시약을 사용하는 반면 빛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광촉매 합성법은 에너지 효율이 높으면서도 환경친화적인 합성법으로 꼽힌다. 기존 합성법보다 폐기물이 적게 발생하는 것도 장점이다.
로보켐이 화합물을 합성하는 동안 모든 데이터는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저장된다. 노엘 교수는 이렇게 모이는 정보를 토대로 로보켐을 지속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광촉매뿐 아니라 다른 합성법으로 확장해 로보켐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3~4년 뒤 스핀오프 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