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만에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 간 단말기 지원금 경쟁을 유도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폐지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폐지 후 체감할 정도로 효과를 얻을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통법 연내 폐지 어려울 듯
29일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시기는 내년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단통법 폐지가 국회 입법 사항이어서다. 21대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오는 4월 총선 후 22대 국회로 논의가 넘어간다.이 사안을 담당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내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야당을 중심으로 부작용 대책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입법 절차 및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내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21대 국회에서 폐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논의는 하반기에 다시 이뤄질 전망이다. 총선 후 원 구성 등 업무 준비에 1~2개월 소요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2020년 4월 15일 선거 후 원 구성 등 준비 작업을 거쳐 같은 해 7월 16일 개원했다. 20대 국회도 2016년 4월 13일 선거 후 6월에 개원했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확 달라진 환경…파격 보조금 '먼 얘기'
업계에선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4년 단통법 도입 시절과 시장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원금 제한을 풀어줘도 통신사가 대규모 지원금을 뿌리긴 어렵다는 설명이다.단통법 입법 전 파격적인 보조금 지급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통신사 보조금 경쟁과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경쟁도 한몫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보조금은 제조사 판매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으로 구성됐다. 전체 보조금에서 제조사 판매장려금 비중이 꽤 컸다는 전언이다.
10년 새 상황은 바뀌었다. 2017년 팬택, 2021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게 두드러진 변화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독과점 체제로 바뀌면서 제조사 판매장려금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예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독과점 상황에서 굳이 장려금에 비용을 투입할 요인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신규 가입자 확보를 둘러싼 통신사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2013년만 해도 통신 3사는 4세대(LTE) 이동통신 요금제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벌였다. 당시 LTE 요금제는 3세대(3G) 이동통신에 비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많았다.
요즘은 보조금 경쟁에 뒷짐을 지는 분위기다. 연간 투입할 수 있는 마케팅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기를 지난 데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주문이 계속되면서 5G 요금제 ARPU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보조금 살포에 나설 만큼 공격적인 통신사가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 마케팅 비용은 7조63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2021년(7조9500억원), 2022년(7조7500억원)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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