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선물 트렌드는 ‘스피드(S.P.E.E.D.)’로 요약된다. 1인 가구(Single-household)를 겨냥한 소포장 선물이 늘었고, 고가와 가성비 수요가 함께 증가하는 양극화(Polarization)가 뚜렷해졌다. 홍차·포천쿠키 등을 담은 이색(Exotic) 선물은 물론 친환경(Eco-friendly) 등 가치소비를 반영한 선물도 인기다. 할인 혜택(Discount)을 받을 수 있는 ‘사전예약’ 매출도 급증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일반 선물세트보다 최대 70% 이상 용량을 줄인 한우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2㎏ 정도인 일반적인 한우 선물세트보다 적은 0.6㎏짜리로 기획됐다. 기존 용량의 0.6배인 청과세트도 선보였다. 지난해 1인 가구 비중이 34.5%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늘어난 게 선물세트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
근검절약과 플렉스(flex)가 공존하는 소비 양극화도 나타난다. 유통사들은 가성비 선물과 함께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도 강화했다. 홈플러스는 고물가를 고려해 전체 상품의 81%를 5만원대 이하로 구성했다. 1만원이 채 안 되는 김 세트도 눈에 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100만원을 넘는 프리미엄 물량을 전년 대비 50% 늘렸다. 최고 부위로만 구성한 한우세트와 굴비세트는 가격이 200만원대에 달한다.
젊은 세대 취향을 반영한 이색 상품도 눈길을 끈다. 위스키에 홍차를 섞어 마시는 ‘홍차 하이볼’ 열풍에 맞춰 홍차 잎을 인도·중국 등 생산지별로 나눠 담은 제품이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와인이나 커피처럼 홍차도 산지와 품종에 따라 맛이 다양하다는 점에 주목해 포트넘앤메이슨 선물세트를 기획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이국적인 풍미의 견과류와 셰프들이 직접 만든 포천쿠키를 담은 세트를 준비했다.
가치소비가 확산하면서 플라스틱 대신 종이를 사용한 친환경 패키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세트로는 롯데백화점의 ‘디보션 식물성 떡갈비미트’, ‘린다 매카트니 비건 기프트’ 등이 있다. 롯데마트·슈퍼는 한우 냉장세트를 담는 보랭가방을 회수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본 판매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사전예약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이달 초 시작된 백화점 3사의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롯데백화점은 25%, 신세계백화점은 22.6%, 현대백화점은 21.8% 매출이 증가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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