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구속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각종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47개나 된다. 적용된 죄명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직무유기, 국고 손실 등 다양하다. 임기 중 역점사업이던 상고법원 설치, 법관 재외공관 파견, 헌재 대비 위상 강화 등을 위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박·고 전 대법관도 이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47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의 재판에 개입한 범죄 증명이 없다고 봤고, 직권남용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에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이 공모한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관들에게 부당한 인사 조치를 했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앞서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다른 법관들의 혐의에도 대부분 무죄를 확정했다. 법원행정처 법관과 수석부장판사 등에게 일선 재판부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직권을 남용할 수 없고, 각 재판부는 법리에 따라 합의를 거쳐 판단했기에 권리행사를 방해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죄가 확정될 경우 사법부는 헌정사상 첫 대법원장 구속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또 문재인 정부 때 태풍처럼 몰아친 ‘적폐청산’ 수사와 기소가 애초부터 무리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이 단 하나의 혐의도 입증하지 못하고 완패해 검찰권 남용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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