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성과급으로 받은 1000만원을 아내 몰래 테슬라에 투자했습니다. 한 달 만에 30% 날렸는데 더 떨어질까요? 들킬까 봐 밤에 잠이 안 옵니다”
주가 -12.1%. ‘피의 목요일’이었습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시장은 무자비했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200달러 선이 무너지며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글로벌 5위를 다투던 시가총액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대만 반도체기업 TSMC와 제약사 일라이릴리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미국 주식 투자 커뮤니티는 테슬라에 대한 불안과 성토로 도배가 됐습니다. 2년 전처럼 모든 주식이 하락할 때는 차라리 견딜 만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데 비해 테슬라는 여전히 최고가 대비 ‘반토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실적발표 때마다 주가가 떨어지자 주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테슬라가 올해 판매량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은 것입니다. 테슬라는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만 언급해 시장의 불안을 자극했습니다. 현저히 낮은 수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실적발표 전 월가에선 올해 배송량을 전년 대비 20% 증가한 210만~220만대로 예상했습니다. X(옛 트위터)에서 테슬라 인도량 분석가로 유명한 ‘트로이 테슬라이크’는 206만대를 점쳤습니다. 올해 판매가 10% 성장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시장을 엄습한 겁니다.
하락한 주가에도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밸류에이션이 낮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 테슬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에 달합니다. 최근 AI 테마를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등 빅테크 대비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실적발표 이후 일제히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낮춰잡았습니다. 현재 월가의 평균 목표주가는 226달러지만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차세대 모델은 2만5000달러(약 3300만원) 이하의 소형 차량을 뜻합니다. 지난 24일 로이터는 테슬라가 코드명 ‘레드우드(Redwood)’라는 소형 크로스오버 신차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작년 부품 공급업체에 주간 생산량 1만대분의 견적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 개발자들은 저렴한 차를 만드는 법을 연구하기 위해 2만4000달러(약 3200만원) 가격의 혼다 준중형 세단 ‘시빅’을 완전히 분해하기도 했습니다.
차세대 차량은 테슬라에 비관적인 애널리스트들조차 인정하는 ‘비장의 무기’입니다. 둔화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고 BYD 등 중국 전기차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모델3·Y의 가격 인하론 판매량 증대에 한계가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차세대 차량 개발 공식화는 저가형 모델보다 로보택시를 염두에 뒀던 머스크가 고집을 꺾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테슬라는 차세대 차량의 생산을 미국 텍사스와 멕시코 공장, 그리고 북미 외 또 다른 한 공장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이 공장의 후보지로 인도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광고 : 작년 디지털 캠페인에 투자했다. 가솔린차와 비교해 전기차의 총소유 비용이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차량 고객의 90%가 첫 테슬라 구매였다. 하지만 광고에 과도한 지출을 하진 않을 것이다. 일본 등 시장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곳이 주요 타깃이다.
# 차세대 4680 배터리 : 4680 배터리의 물량 부족으로 사이버트럭 생산이 제한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가 있다. 그러나 현재 재고는 넉넉하다. 텍사스 공장 2개 라인에서 4680 배터리를 생산·조립하고 있다. 수율 개선을 위해 조립 라인 2개를 추가로 시험 운영 중이다. CATL,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등 공급업체에 주문도 늘어날 것이다.
# 멕시코 공장 착공 시기 : 텍사스 공장에서 차세대 모델의 생산을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멕시코 공장의 건설을 진행하고 싶다.
# 에너지 부문 : 테슬라 메가팩(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내년까지 일관된 성장 궤도를 보일 것이다. 캘리포니아 라스롭 공장에서 두 번째 조립라인을 가동해 연말까지 용량을 40기가와트시로 두 배 늘릴 예정이다.
# 로봇 옵티머스 생산 일정 : 내년에 몇 대의 옵티머스를 생산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제품인 만큼 불확실성이 있다. 몇 달에 한 번씩 옵티머스 진행 상황을 공개하겠다. 옵티머스는 테슬라의 AI 추론 컴퓨터와 동일한 것을 사용한다. 옵티머스의 연구소는 미국 SF 드라마 ‘웨스트 월드’의 세트장처럼 생겼다.
# 사이버트럭 : 예약에서 주문으로 전환되는 비중이 고무적이다. 올해 생산량은 모두 주문이 완료됐다. 현재 가격으로 북미에서 연간 25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차량 원가 절감 : 비용 절감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다. 테슬라 차량은 컴퓨터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반도체나 IT 회사에 가깝다. 전자장치는 비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신기술을 적용해 전통적인 차량이 조립하는 방식을 벗어나려 한다. 배송량이 늘어나면서 내륙 운송비가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 도조 (자율주행 AI 훈련용 슈퍼컴퓨터) : (도조의 FSD 개선 시점은 밝히지 않음) 도조는 성공 가능성이 작지만 보상은 엄청날 것이다. 도조 덕분에 엔비디아 GPU의 비싼 가격을 피할 수 있다. 향후 테슬라 차량에 하드웨어 4.0(자체개발 자율주행 칩, 모델S·X에 장착)을 넘어 하드웨어 5.0을 적용할 예정이다.
# 세 번째 AI 데이 : 경쟁사들이 AI 데이와 배터리 데이 등의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샅샅이 뜯어보고 있다. 공개가 망설여지는 이유다. 연말에 개최 여부를 논의하겠다. AI 데이의 주요 목표는 사람들에게 ‘테슬라는 AI 로봇 회사’라고 인식시키는 것이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끄는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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