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기업 폭파시킨 용의자…49년 만에 자수

입력 2024-01-27 13:19   수정 2024-01-27 13:24


1970년대 일본 전범 기업 본사나 공장을 연속해 폭파했던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49년 만에 범행을 자백했다.

27일 현지 방송 NHK 등에 따르면 경찰은 1975년 4월 도쿄 긴자에 있던 '한국산업경제연구소' 건물 폭파 사건을 일으킨 용의자 기리시마 사토시라고 주장하는 남성을 찾아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한국산업경제연구소를 일본 전범 기업에 한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아시아 침략 봉사 활동의 거점이라고 보고, 일본 경제인의 방한을 반대하기 위해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경찰은 폭발 사건으로 지명수배된 기리시마가 수도권인 가나가와현 내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정보를 지난 25일 입수했다. 경찰이 이 남성을 찾아갔더니 그는 자신이 기리시마 사토시라고 밝히고는 사건 당시 상황에 관해 얘기했다.

말기 암에 걸려 입원 중인 이 남성은 "나는 마지막이니 붙잡아 달라"며 병원 관계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혔고 이 정보가 경찰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올해 입원할 당시에는 가명을 사용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DNA 등을 통해 용의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1974년 8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사건, 같은 해 10월 미쓰이물산 본사 폭파사건 등 1974∼1975년 일본 기업 본사나 공장을 연속적으로 폭파한 무장투쟁그룹이다.

대학 중퇴생, 한국 근현대사 전공 대학원생, 회사원 등으로 구성됐다. 단체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로 성장한 주요 기업들을 폭파하며 일제의 무반성과 무책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

조직원들은 대부분 당시 체포돼 수감 중 사망했거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기리시마는 경찰에 붙잡히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사건 발생 5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열차역이나 파출소 등에 그의 지명수배 전단이 붙어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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