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이 살 법한 평창동 주택들이…"아파트보다 싸네" 깜짝

입력 2024-01-28 07:26   수정 2024-01-28 07:39



서울에 있는 수십억원대 단독 주택이 경매시장에서 찬밥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2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1년여간 진행된 감정가 30억원 이상의 고가 단독주택 경매 진행 건수는 모두 24건이었는데, 이 중 단 5건만 낙찰됐다.

낙찰된 주택도 감정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팔렸다. 지난해 3월 매각된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토지면적 588㎡(178평), 건물 면적 236㎡(71평) 규모 단독주택은 감정가가 33억3000만원이었지만, 두 차례 유찰된 끝에 23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보다 10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은 것.

올해 초 매각된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토지면적 358㎡(108평), 건물 면적 422㎡(128평)의 단독주택 감정가는 49억8000만원이었으나, 두차례 유찰 끝에 38억9000만원(매각가율 78%)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1명이었다.

재계 고위급 인사, 연예인 등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고가 주택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이 거듭됐다.

성북동 대사관저 밀집 지역에 있는 토지면적 656㎡(198평), 건물 면적 386㎡(117평) 단독주택은 3번째 유찰 끝에 오는 20일 다시 경매에 나온다. 다음 경매가는 29억9000만원으로, 감정가(58억5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2층 높이에 지하 주차장과 기사 대기실까지 있고, 금송과 홍송 등이 식재돼 수목 가치만 9000만원 가까이 인정받은 곳이다.

성북동의 또 다른 2층 규모 단독주택도 오는 30일 5번째 경매에 나온다. 한국가구박물관, 길상사 등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단독주택의 토지면적은 926㎡(280평), 건물 면적은 451㎡(136평)로, 수영장도 있어 감정가는 48억9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절반인 25억원으로, 이번에도 낙찰받지 못하면 다음 경매에 20억원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 상징'으로 불리던 고가 단독 주택이 찬밥 취급을 받는 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위치 특성상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고 다시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엔 씨그니엘,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등 최고급 아파트들이 등장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사생활 보호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용이하다는 점에서 개발 가능성이 없고, 환금성도 떨어지는 단독주택이 관심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것.

다만, 단독주택의 경우 위치나 규모, 도로 접근성 등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큰 만큼, 경매에 나오는 주택의 경우 다른 주택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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