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정쟁에 매몰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정작 국회 본연의 임무인 주요 민생법안 입법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텃밭의 표심과 직결된 법안 처리에는 의기투합하면서도 쟁점 민생법안을 두고는 대치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 15일 1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민생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다음 달부터 여야 각 당이 공천 심사 일정에 본격 돌입하고, 설 명절 연휴도 끼어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1일 본회의가 총선 전에 각종 민생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데드라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지난해 12월 띄운 쟁점 법안 논의 기구인 '2+2 협의체'는 성과 없이 빈손으로 끝났고 현재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가 각자 우선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생법안에도 견해차를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 등을 중점 추진 법안으로 꼽고 있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정책지원금 자본금 한도를 현행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인데,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반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폴란드와 맺은 30조원 규모 무기 수출 계약이 무산 또는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당내 일각에서 대형 방산업체에 특혜를 몰아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본회의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으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새 양곡관리법 개정안, 지역의사제법 제정안 등을 앞세우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과 지역의사제법은 각 상임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됐지만, 여당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민주당이 새로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역시 지난 15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농해수위 안건조정위를 통과했으나 전체회의 의결은 미뤄지고 있다.
여당은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이들 3개 법안 모두를 합의 없이 입법 강행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1월 임시국회 처리는 어려우리란 관측이다.
여기에 지난 25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던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 유예법'은 여전히 여야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재협상을 하더라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서 대표적 민생법안으로 지목했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완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은 여야 간 극적 합의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여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개정 논의는 공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실거주 의무 시작 시점을 현행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개정안 처리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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