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대신 골프채” 스크린골프장 인기에 밀린 PC방

입력 2024-01-28 15:06   수정 2024-01-28 16:43



한국을 e스포츠 강국으로 만들었던 PC방이 업소 수에서 지난해 스크린골프연습장에 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 할 인기 PC 게임이 나오지 못한 채 모바일 위주로 게임 시장이 재편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PC방들은 야식 배달 사업을 하면서 수익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노래방과 당구장도 시장이 줄면서 유흥 풍속 변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엔데믹도 끝났는데10%가 사라졌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PC방 수는 7858곳으로 전년 동기(8752곳)보다 10.2% 줄었다. 국세청이 매달 집계하고 있는 100대 생활업종 중 같은 기간 업소 수가 18% 줄어든 독서실 다음으로 감소율이 가장 컸다.

반면 실내골프장은 1년 새 7546곳에서 8398곳으로 11.3% 늘어나며 PC방 수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대한골프협회가 집계하는 만 20세 이상 골프활동인구가 2017년 636만명에서 2021년 1176만명으로 85% 늘어난 덕을 봤다.

PC방은 한국을 세계 4위 규모 게임 시장으로 만든 원천으로 꼽힌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 온라인게임의 유행이 맞물리면서 PC방은 10·20대의 놀이공간이 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도 1998년 한양대 서울캠퍼스 앞에 PC방을 차리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E스포츠 인기에 공군이 게임단을 차렸던 2007년엔 전국 PC방 수가 2만607곳에 달하기도 했다.

번성하던 PC방에 그늘이 드리웠던 건 크게 두 시점이다. 업소 수 2만선이 무너졌던 2010·2011년이 1차 분기점이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PC에서 모바일로 게임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던 때다. 리니지, 아이온: 영원의탑 등 PC게임에 힘써왔던 엔씨소프트도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개발하는 쪽으로 사업 전략을 잡아야 했다.

업소 수가 1만선 밑으로 떨어진 2020년엔 코로나19 유행이 문제였다. 이 시기 PC방은 방역 감독이 필요한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되면서 모객이 어려워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크린골프 등 대안이 될 만한 놀이거리가 풍부해진 것도 악재였다.
'대박 게임' 가뭄에 PC방도 휘청
최근엔 PC방으로 발길을 이끌 만한 ‘대박’ 게임이 없었다. 콘텐츠시장 분석업체인 미디어웹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의 주간 PC방 게임 점유율은 지난 15~21일 기준 42.72%로 1위였다. 2위인 ‘FC온라인’ 점유율(9.68%)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2018년 7월 30일부터 257주 연속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크래프톤의 2017년 출시작인 ‘배틀그라운드’ 외엔 경쟁자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로 인해 영상 콘텐츠 취향이 개인마다 달라졌던 현상이 게임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PC방에서 한데 모여 사람들이 즐길 만한 인기 게임이 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PC방 사업 환경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PC방 평일 이용자 중 10·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60%다. 30대 이상으로 고객층을 빠르게 확장하거나 객단가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주 고객인 젊은 층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PC방들은 휴게음식업 허가를 받아 레스토랑처럼 먹거리를 판매하는 ‘PC토랑’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 PC방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운영 특성을 살려 야식 배달로 본업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PC방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1990년대 대학가를 채웠던 노래방과 당구장도 움추러들고 있다. 노래방 수는 10월 기준 지난해 2만6652곳으로 3년 전보다 8.3% 줄었다. 당구장 수는 1만7353곳으로 같은 기간 3.3% 감소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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