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10시 서울 신림동 고시촌. 간판 없는 건물 2층(사진)으로 올라가 검은색 문을 두드리자 직원이 신원을 확인했다. 안내받은 자리의 테이블에는 20만원 상당의 칩이 놓였다. 딜러가 카드를 돌리기 시작하자 4명의 플레이어가 칩을 움직이며 베팅을 시작했다. 1만원 칩으로 시작한 테이블의 판돈은 순식간에 77만원까지 불었다. 긴장해 입을 막은 한 대학생 플레이어의 손이 떨렸다.
도심의 홀덤펍이 현금 가치의 칩이 오가는 카지노로 바뀌었다. 홀덤펍은 경품을 걸고 포커 게임의 일종인 ‘텍사스 홀덤’을 즐기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아 2022년 기준 전국에 2800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신림동 왕십리 등 대학가와 강남을 중심으로 성업 중인 불법 홀덤펍에서는 20만~100만원의 현금 가치를 지닌 칩으로 홀덤 게임이 진행된다. 칩이 다 떨어지면 언제든지 다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10명의 플레이어 사이에서 하룻밤 오가는 판돈은 1000만원을 가볍게 넘는다. 정부 허가를 받은 카지노 등 합법 도박장 밖에서 ‘현금 베팅’을 하는 건 불법이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로 은밀하게 참가자를 모아 영업하며 단속을 피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만 불법 홀덤펍 28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홀덤 게임 홍보는 주로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으로 이뤄진다. 참가하고 싶은 게임 운영자의 휴대폰으로 연락해 닉네임으로 참가 예약을 하는 식이다.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칩 교환도 계좌이체가 아니라 전액 현금으로만 가능하다.
경찰은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범부처 ‘홀덤펍 불법 대응 전담반’을 만들어 집중 단속해 1004명을 검거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업주들이 CCTV로 경찰 단속 출동을 미리 확인하는 상황에서 업장 내부 관계자의 구체적 증거 제출 없이는 현금 환전 관련 증거를 현장 단속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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