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코로나19 확산, 금리 상승, 원자재값 폭등 등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던 지난해에도 로펌 수요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는 로펌의 주수익원인 기업 법률자문이 크게 늘기 어려운 만큼 인공지능(AI),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의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얼마나 찾느냐가 로펌 실적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형 로펌들은 인수합병(M&A), 대체투자, 건설부동산, 금융 등 주력인 기업 법률자문에서 일감을 늘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ESG, 중대재해 등 리스크 대응 관련 조직을 보강하고 AI, 가상자산, 플랫폼, 모빌리티 등 신산업을 다루는 전문조직을 신설한 전략이 주효했다.
창사 후 처음으로 3000억원대 매출을 거둔 세종(증가율 7%)과 5대 로펌 중 성장 폭이 가장 큰 율촌(8%)이 대표적이다. 김앤장(1조3000억원·추정치)도 이 같은 전략으로 전년과 비슷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5대 로펌 중 유일하게 역성장한 광장(3724억원), 태평양(3713억원·특허 및 해외사업 포함 시 4005억원), 화우(2082억원)도 사업 다각화 전략을 쓰고 있다.
형사 분야 강자 YK의 고속성장도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로펌은 전년 대비 61.1% 증가한 857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동인을 제치고 국내 로펌 10위에 올랐다.
법조계에선 로펌들이 당분간 대형화와 신사업 발굴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정된 국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 규모가 수년간 6조원대에 머무르는 가운데 1400여 개 법무법인(사무소 포함)이 일감을 두고 다투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로펌 대표변호사는 “매출 3000억원대부터 인력 확대로 주력 분야 경쟁력을 키워 성장하는 기존 전략이 통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앞으로 산업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포착해 새 수익원을 발굴하느냐가 로펌별 명암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