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상속세에…기업인·자산가 싱가포르行 러시

입력 2024-01-28 17:55   수정 2024-02-05 16:04

국내에서 중견기업을 경영하던 A씨는 2013년 회사를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팔고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회사 매각 양도소득세와 보유 주식 국외전출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싱가포르에 들고 온 재산은 약 2000억원.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해 A씨의 자산은 주식·채권 투자 등으로 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A씨는 자녀 두 명에게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증여했다. 싱가포르엔 상속·증여세가 없어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A씨가 만약 한국에서 3000억원을 증여했다면 자녀 두 명이 물려받는 돈은 각각 750억원에 그친다.

이영상 이김컨설팅 대표는 지난 26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상속·증여 절세 방안을 찾기 위해 싱가포르에 상담받으러 오는 한국인이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A씨 같은 기업 오너에서 은퇴한 자산가와 대기업 고위 임원, 30~40대 코인 부자 등 상담하는 사람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8년부터 싱가포르에서 법인 설립과 이주·이민 컨설팅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이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법인이 연평균 250여 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이김컨설팅처럼 한국인의 법인 설립과 이주 컨설팅을 하는 회사만 일곱 곳에 달한다.

한국뿐만 아니다. 전 세계 부자가 싱가포르와 같은 ‘세금 천국’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2008년 상속·증여세를 없앴다. 양도세와 배당세도 없으며, 법인세와 소득세 부담 역시 상대적으로 낮게 과세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로펌인 라자앤드탄아시아의 비크나 라자 세무·신탁 및 개인고객 부문 책임자는 “안정된 금융 환경과 선진적인 치안, 교육 시스템에 더해 매력적인 세금 감면 제도로 세계 자산가들이 싱가포르로 몰려오고 있다”며 “정부 승인을 받으면 굳이 이민을 오지 않더라도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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