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9일 13: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첫 조단위 기업가치에 도전하는 에이피알이 기업공개(IPO) 공모 규모를 전체 상장 예정 주식 수의 5%로 최소화했다. 공모 물량을 줄여 공모주 열풍에 올라타겠다은 전략으로 해석됐다.
공모액 최소화해 공모 흥행 정조준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다음 달 2일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올해 1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자,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에 도전하는 대형 IPO 기업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조1149억~1조5169억원이다.
에이피알은 이번 공모에서 전체 상장 예정 주식(758만4378) 가운데 37만9000주(5%)만 공모한다. 일반적으로 IPO 기업의 공모 규모가 20~30%란 점을 고려하면 공모 물량을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기업인데도 공모금액은 557억~758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공모 규모를 살펴보면 넥스틸 26.9%, 두산로보틱스 25.0%, 에코프로머티리얼즈 20.4%, 동인기연 28.7%, DS단석 20.8% 등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에 투자 열기가 뜨겁지만 대부분 공모액이 50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중·소형주가 대부분”이라며 “이를 노려 회사와 주관사단이 공모금액을 최소화해 흥행 열풍에 올리타겠단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흑자를 내는 데다 최근 영업이익이 확대되면서 수백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공모금액에 욕심낼 이유도 없다.
에이피알은 작년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800억원, 영업현금흐름은 6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2020년 145억원, 2021년 143억원, 2022년 392억원, 2023년 9월까지 698억원 등으로 호조세를 보이며 자체 유동성도 넉넉해졌다.
에이피알은 공모자금 일부는 뷰티 디바이스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자회사인 에이피알팩토리에 증자해 생산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만약 공모자금이 예상보다 적다면 자체 현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다른 대형 IPO기업 눈치 싸움 지속
일각에서는 에이피알이 다른 대형 IPO 후보들이 시장 상황을 가늠할 기준점이 되기 어렵단 말도 나온다. 현재 상장 전략을 수립 중에 대형 IPO 기업 대부분이 재무적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또는 자체 운영자금 확보 등이 주요 목적이다. 에이피알처럼 공모 물량을 최소화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다른 조단위 IPO 후보는 내부적으로 상장 준비를 하면서도 현재 시장 상황에 대형주도 소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품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등에 기대를 바탕으로 공모주 시장에 수급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규모 공모가 이뤄질 경우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에이피알이 공모 흥행에 성공한다고 해서 대형 IPO 기업에도 우호적 시장 환경이 마련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대형 IPO 기업 간 눈치 싸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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