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트럼프, 자산 팔아야 할 판…'5000억 벌금' 내게 생겼다

입력 2024-01-29 15:31   수정 2024-01-29 15:37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는 지난주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 8330만달러(약 1100억원)의 배상 책임을 진 데 이어 뉴욕 법무부에 3억7000만달러(약 4900억원)의 벌금을 낼 위기에 몰렸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그는 감옥에 가지 않았고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장악력을 잃지 않았지만, 지난주 재판은 트럼프의 지갑에 상처를 입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재무 현황에 대한 NYT의 분석과 주변인들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트럼프가 파산하진 않더라도, 잇따른 재판은 그의 현금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보유 자산 가운데 일부를 매각하게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달 말 판결을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뉴욕주 법무부의 민사소송은 최대 위기가 될 전망이다. 뉴욕주는 "기업 순자산을 부풀려 은행에서 부정하게 대출받았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3억7000만달러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공익을 침해한 사안에 대해 법무부가 직접 개인·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뉴욕주 대법원은 작년 9월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산 가치를 부풀린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트럼프 법무팀과 레티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실은 이 사건 최종 변론을 진행했다. 법무부는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사기를 저지른 트럼프가 3억7000만달러를 배상하고, 뉴욕주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은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는 판결이 나오면 항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당장 파산하진 않겠지만 재정 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이 사건 증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4억 달러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방 검사 출신 스티븐 코헨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형사 사건으로는 트럼프 기업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민사소송에서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이 이어지면 기업이 해체될 것이며 어느 시점에서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친 언사는 법정에서 그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각종 소송에서 판사에게 '미쳤다'고 하는 등 공격성 발언을 남발했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판사를 위협하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가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이유 역시 부적절한 발언과 SNS 게시물 때문이다. 트럼프는 ‘1996년께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트럼프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캐럴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고 맞받아졌고, 이는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지난해 5월 트럼프에게 500만달러(약 67억25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에 불복하고 SNS에 “이 여자(캐럴)가 꾸며낸 얘기를 방어해야 하나” “마녀사냥이다”라는 등의 막말을 쏟아낸 결과 재차 더 큰 규모의 소송을 당했고, 결국 패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91여개 혐의로 4건의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지속해서 법률 비용을 내야 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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