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확보는 매년 등장하는 HR 단골 주제다. 그런데, 요즘은 인재 확보 못지 않게 ‘인재 유지’가 주목받고 있다. 치열해지는 인재 쟁탈전 속에 현재 구성원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가 화두다.
구성원 이탈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사직서 수리부터 퇴직 인터뷰, 제반 행정처리 등은 기본이다. 퇴사 인력을 대체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도 상당하다. 채용공고, 서류 검토, 면접, 의사결정, 신규 직원 교육 등 여러 모로 신경써야 할 일이 많다.
업무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새 인력이 합류하기 전까지 퇴사 직원이 수행하던 업무는 공백이 생긴다. 다른 직원들이 나눠서 일을 하겠지만 업무 전담자가 있는 것만 못하다. 대체 직원이 합류하더라도 본격적으로 업무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신규 직원이 조직 성과에 제대로 기여하려면 6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만약에 이들이 조직 적응에 실패할 경우에는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날리는 위험에 처한다.
그런데, 이런 비용과 부담은 모두 기업의 몫이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의 2023년 말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 계속 다니겠다’는 직장인은 4%가 채 안 됐다. 10명 중 8명은 ‘지금 다니는 회사를 언젠가 그만 두고 다른 회사로 옮기겠다’고 답했다. 구성원 마음 속에 이직은 이미 디폴트 옵션이 됐다. 사람들이 이직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로 주로 두 가지다. ‘연봉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회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다.
연봉은 늘 일자리 선택 기준의 상단에 자리한다. 그렇기에 높은 보상 지급은 기업들이 쉽게 떠올리는 방법이다. 이런 접근은 분명 효과적이지만 ‘단기 처방전’에 그칠 수도 있다. 2021년부터 일어난 개발자 연봉 인상은 이런 위험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임업계를 필두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자, 다른 업계도 동참하며 역대급 급여 인상 릴레이가 이어졌다. 파격적 급여 인상은 기본이고 연중 특별 인상에, 성과급을 연봉의 절반 수준까지 검토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치킨게임식 급여 인상은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으로 인력이 대거 이동하는 인재 엑소더스로 번졌다. 보다 심각하게는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22년 말부터 게임업계는 인력 감축은 물론 연봉 동결과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연봉 인상 릴레이가 결과적으로 게임사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조직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직원을 지키고 싶다면, 좀 더 긴 호흡의 고민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은 왜 외부로 눈을 돌릴까? 이들은 ‘회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경력 성장의 바다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자신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지, 부족하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직을 방지하고 싶다면 이런 모호함을 걷어내야 한다. 조직에서 내 미래 모습이 선명할수록 회사를 떠나려는 마음은 수그러든다.
무엇보다 구성원의 숨겨진 스킬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스킬은 경력의 바다 곳곳에 세워진 이정표와도 같다. 어디로 향해야 할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알려 준다. 다수의 리더 또는 인사담당자는 구성원의 스킬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직무이력, 직장 경험, 교육현황, 학력 등은 인사정보로 쉽게 확인된다. 그런데, 어떠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여기 한 설비엔지니어가 있다. 언제 입사해서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인사정보에서 모두 파악했다. 직무이력 외에, 전 직장 경험, 교육현황, 학력과 전공도 알고 있다. 이제 답해보자. 이 직원은 어떤 설비에 능통한가? 어떤 세부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특정 기술을 업무에서 발휘했는가? 어떤 과제나 프로젝트에서 우수한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직원의 스킬은 수면 아래 숨겨져 있는 셈이다.
선도 기업들은 조직에 필요한 미래 스킬을 제시하며 이러한 모호함을 걷어낸다. 미래 경력 탐색의 참고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 스킬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플랫폼에서 구성원은 자신의 스킬 수준을 진단하고, 미래 스킬 대비 부족한 부분을 확인한다. 플랫폼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구성원 스킬 수준을 고려하여 최적의 업무 기회를 추천한다. 이러한 사람-일 매칭 방식을 ‘탤런트 마켓플레이스(Talent Marketplace)’라고 부른다.
우리는 더 이상 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지 않는다. 택시기사 역시 승객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에서 택시 호출 앱을 열고 목적지만 입력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곧장 가장 가까운 택시 기사에게 연결된다. 남아 있는 건 나를 찾아온 택시를 타는 일이다. 플랫폼이 바꾼 우리의 일상이다. 플랫폼 작동원리의 핵심은 연결성이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 거리를 최소화하여, 공급자가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서비스를 직접 전달한다. 비용과 시간이 줄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이점이 있다.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도 여타 플랫폼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수요-공급을 직접 연결한다. 그 대상이 ‘근로자’와 ‘일’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는 일종의 스킬 검색·매칭 플랫폼이다. 구성원 스킬을 조직 내 다양한 일에 최적으로 연결하는 게 목표다. 세부적인 운영 방식과 프로세스는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스킬 공급: 탤런트 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하는 구성원은 자신의 프로필을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프로필에는 업무 이력 외에 스킬, 경험, 전문 분야, 관심 업무 등이 포함된다.
△스킬 수요: HR 또는 각 조직의 리더는 충원이 필요한 직무, 새로운 프로젝트, 일시적 과제 등을 플랫폼에 올린다. 이때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스킬 정보를 함께 넣는다.
△스킬 수요-공급 매칭: 플랫폼에 장착된 인공지능은 양측 데이터를 분석해 일에 맞는 사람을 추천한다. 알고리즘이 스킬 수요-공급을 최적으로 연결한다.
△인적자원 최적 배치: 구성원은 자신의 스킬과 관련이 높은 업무를 추천받아 그 업무에 지원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 역시 추천 인물에게 경력 이동을 제안할 수 있다.
탤런트 마켓플레이스는 경력 탐색의 출발점을 제시한다. 플랫폼에서 구성원은 현재 자신의 스킬과 부족한 영역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희망 직무, 또는 자신의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는 업무로 이동을 요청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 잔류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직의 일상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각심만으로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인재 지키기 전략의 일환으로 구성원 경력 성장을 고민해보자. 경력의 미래를 선명하게 밝혀줄 때, 인재는 조직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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