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단까지 샀던 회사의 기막힌 몰락…자본시장서 퇴출당했다

입력 2024-01-29 14:32   수정 2024-01-29 15:05


한때 프로농구구단까지 산하에 뒀던 사모펀드 운용사 데이원자산운용(옛 파란자산운용)이 금융감독당국의 직권말소에 따라 자본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도에 매물로 나온 뒤 6개월 넘게 사실상 개점휴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데이원자산운용을 비롯해 허브홀딩스, 코어밸류인베스트먼트, 타이거앤리투자자문, 키위인베스트먼트, 마루펀드투자자문, 청개구리투자자문 등 투자자문·일임사 7곳의 금융투자업자 등록을 지난 16일 직권말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직권말소된 사업자는 향후 금융투자업을 영위할 수 없다. 사업자별 대주주와 임원은 같은 금융투자업 대주주로 재진입이 5년간 제한된다.

이중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부터 8월 사이 펀드 수탁고가 전무한 등 정당한 사유없이 등록업무를 미영위한 기간이 6개월을 넘겨 등록말소 절차를 밟았다.

이 운용사는 2021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플랫타로부터 인수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당초엔 데이원자산운용을 활용해 부동산PF 등과 연계한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원자산운용은 2022년엔 자회사 데이원스포츠를 통해 오리온으로부터 남자 프로농구 구단을 사들여 '고양 데이원 점퍼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금난이 악화하면서 데이원자산운용의 사정이 확 바뀌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이 운용사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기존 운용하던 펀드는 리운자산운용 등 다른 회사로 이관하거나 청산했다. 자회사의 자금 사정도 급격히 나빠졌다.

고양데이원 점퍼스는 한국농구연맹 회비 미납 등을 사유로 지난해 프로농구계에서 퇴출됐다. 데이원자산운용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채로 매수자를 찾지 못해 이름만 내건 상태를 유지하다 금융감독당국의 직권말소 조치를 받게 됐다.

이날 금감원은 허브홀딩스·코어밸류인베스트먼트·타이거앤리투자자문·키위인베스트먼트도 등록업무 미영위를 이유로 등록을 직권말소했다고 밝혔다.

마루펀드투자자문·청개구리투자자문 등 두 곳은 최저 자기자본 미달로 직권말소 처리됐다.

금감원은 2021년 부실·부적격 금융투자사업자를 제때 시장에서 내보내겠다는 취지로 직권말소제도를 도입했다. 자본시장법상 직권말소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 검사 절차 없이도 금융투자사업자의 라이센스를 말소시킬 수 있는 제도다. 도입 이래 이날까지 총 10곳을 직권말소했다. 작년 2월 말엔 더블유알·메타투자자문·에이제이세이프티 등 투자자문·일임사를 퇴출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는 펀드에 가입하거나 투자자문·일임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업체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투자업자는 주요 직권말소 사례 등을 참고해 말소 요건 해당 여부를 자가 점검하라"고 알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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