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은 29일 기자가 직접 제작했다. 작업 소요 시간은 단 5분이다. 오픈AI의 챗GPT 화면 왼쪽 ‘익스플로어 GPTs(Explore GPTs)’를 클릭하고 오른쪽 위의 ‘+크리에이트(Create)’에 들어가는 게 시작이다. 챗봇 이름, 간단한 설명, 지침(‘나를 이순신으로 설정하고 답하라’)을 써넣는다. <난중일기>를 업로드하고, 왼쪽 상단의 저장 버튼을 누르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DJ 이순신’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챗봇이 하는 대답은 업로드한 데이터에 좌우된다. ‘세종실록 챗봇’을 만들기 위해 <세종장헌대왕실록> 1권을 업로드했다. ‘세종 1년인 1418년에 가장 중요한 사건은?’이라고 묻자 ‘정부 무기고의 화약은 3360근에 불과했고 생산량 증가를 승인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반면 구글의 AI 챗봇 바드는 ‘1418년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훈민정음 창제’라는 대답을 내놨다.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달라서 나온 차이다.
제작이 용이하다는 게 ‘DIY AI 챗봇’의 가장 큰 장점이다. 챗봇 제작 지침에 ‘20년 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인데, MBTI(성격 유형검사) 중 ‘INFJ’처럼 대답하라’라고 입력하는 식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친구형 챗봇도 쉽게 만들 수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이 몇 달 걸려 만든 챗봇과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딱 필요한 데이터만 학습해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기존의 AI 챗봇처럼 없는 얘기를 지어내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문화 편향성 이슈에서도 자유로워진다. 미드저니 등 생성형 이미지 AI 서비스에 ‘한국의 모습’을 부탁하면 한자나 일본어 간판이 보이는 골목 모습을 그려준다. 한국과 관련한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다.
업계에서는 GPT 스토어의 등장을 위기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 범용 AI 챗봇 시장 잠식은 피할 수 없지만, 해외 진출은 한층 용이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GPT 스토어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테스트 중이다. 오피스 소프트웨어업체 폴라리스오피스는 자사 서비스 사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 챗봇’을 GPT 스토어에 공개했다.
한글과컴퓨터도 챗봇, OCR(이미지 속 텍스트 인식 기술),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 관련 AI 챗봇을 GPT 스토어에 등록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오픈AI가 챗봇을 올린 업체에 대한 수익 배분 방안을 공개하면 GPT 스토어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챗봇 플랫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픈AI에 이어 구글, 메타 등 다른 빅테크도 AI 플랫폼을 내놓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자사의 LLM을 확산시켜야 새로운 캐시카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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