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완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분양계약자가 바로 실거주하는 게 아니라 3년간 전세입자를 들이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세 공급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 당초 전세를 놓으려는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11월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집들이하는 강동구 인근 지역에서 하반기에 입주 장터가 펼쳐질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 집이 안 팔려 잔금 마련을 못 하는 사례가 많은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수요가 클 것”이라며 “상당한 양의 임대차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강동구뿐 아니라 송파구 잠실 등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입주가 본격화한 2019년 1분기에 서울 강남권 일대 전셋값이 하락했던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동구에선 올림픽파크포레온과 함께 상일동 ‘e편한세상고덕어반브릿지’(593가구, 2월)와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6월),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999가구, 9월) 등 올해 준공 예정인 단지가 많다.
매매시장 위축과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서울 전세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상승 폭은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첫째주 0.21%에 달한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이달 넷째주 0.03%까지 떨어졌다. 입주 3~4개월 전부터 전세 계약이 이뤄지기 시작하는 만큼 하반기 들어선 전셋값이 움직이는 방향이 바뀔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은 실거주 의무 때문에 최장 3년짜리 계약을 맺으려 할 텐데, 세입자는 4년(2+2년) 거주가 가능한 물건을 선호할 것”이라며 “3년만 살고 나갈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임대인이 전셋값을 조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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