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 타고…편의점, 무역상사로 진화

입력 2024-01-29 17:57   수정 2024-02-06 16:26

국내 편의점들이 자체브랜드(PB)를 앞세워 ‘수출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e커머스 플랫폼의 급부상으로 내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PB 상품 수출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고 있다. 편의점 PB 상품은 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편의점들이 진출한 국가의 현지 매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라면·팝콘으로 日·하와이 진출
CU는 PB 상품 ‘헤이루(HEYROO) 치즈맛 컵라면’을 일본 최대 할인잡화점 돈키호테에 수출한다고 29일 발표했다.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조원에 달하는 돈키호테는 국내 식품·유통사 상품기획자(MD)들에겐 ‘꿈의 채널’로 통한다. 일본 전역에 45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데다 관광객 사이에선 ‘일본 여행 시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유명하다.

CU의 PB 컵라면은 오는 4월부터 일본 전역 돈키호테 매장에서 판매된다. 돈키호테엔 이미 한국 라면 과자 등이 입점해있지만, 한국 편의점이 직접 개발한 PB 상품을 파는 건 CU가 처음이다. 돈키호테는 우선 컵라면 3만 개를 수입한 뒤 판매 동향에 따라 물량과 품목 수를 늘릴 계획이다. CU는 다음달 말엔 홍콩 최대 슈퍼마켓인 파크앤숍에도 맥주와 하이볼 PB 상품 10종을 수출한다.

편의점의 PB 상품 수출은 중간 수출전문업체를 끼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편의점이 직접 신규 바이어 발굴부터 발주, 운송 등 수출 전 과정을 책임진다. 납품처도 과거엔 주로 한인마트였는데, 이제는 현지 유통업체로 넓어졌다. CU 역시 돈키호테를 뚫기 위해 1년간 공을 들였다. 이태건 BGF리테일 글로벌트레이딩팀 MD는 “지난해 7월 돈키호테 본사를 방문할 때 캐리어에 라면과 맥주 샘플을 20㎏ 넘게 싸가서 설득했다”며 “일반 한국 라면보다 덜 매운 치즈맛이라는 특징을 앞세운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수출길에 오른 건 CU 제품뿐만이 아니다. 세븐일레븐도 이달 PB 제품인 ‘세븐셀렉트 바프허니버터팝콘’과 ‘세븐셀렉트 버터갈릭바게트’를 하와이 세븐일레븐 매장에 수출했다. GS25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간 수출액 100억원을 넘겼다. 수출액이 매년 늘고 있는 CU와 GS25는 올해 나란히 수출액 1000만달러 돌파를 목표로 잡았다.
PB 앞세워 해외 매장도 연착륙
편의점들이 PB 상품 수출에 나서는 건 내수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등 e커머스 플랫폼이 편의점의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PB 상품 수출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김밥 떡볶이 등 K푸드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CU 관계자는 “해외 식품박람회에 가면 한국 기업 부스를 찾는 사람이 예전보다 확연히 많아졌다”며 “몽골 등 해외 CU 매장에도 PB 상품을 사러 오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편의점 PB 상품 수출은 중소 납품업체의 해외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도 한다. CU가 몽골과 말레이시아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30%는 국내 중소기업 제조 상품이다. GS25가 수출하는 제품의 대다수도 중소 협력업체가 생산한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과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전문무역상사’로 각각 지정되기도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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