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의 선전이 주목받는 것은 국회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출간하는 책은 통상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용’이어서 서점가의 눈길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 대관 담당자 등이 출판기념회에서 결혼식 축의금처럼 봉투를 내고 구매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유통되지 않는 사례도 잦다.
반면 김 의원의 책은 지난 4일 출간된 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교보문고는 물론 예스24에서도 한때 베스트셀러 5위까지 뛰었다. 출간된 지 3주 만에 3쇄를 앞두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비롯해 곽대중 새로운선택 대변인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책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책은 김 의원이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일과 소회를 담담하게 그려내 정치 고관여층뿐 아니라 수필 독자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는 평가다. 다른 정치 베스트셀러처럼 양당의 강성 팬덤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처음 비례대표 제의를 받았을 때 당 관계자들은 ‘그냥 당신이 안내견과 국회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는 것’이라며 4년짜리 들러리 역할을 제안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며 “나는 그것을 깨기 위해 여기 왔다. 나는 내 갈 길을 갈 뿐”이라고 썼다.
책 제목은 지난해 6월 대정부질문 당시 김 의원의 연설이 모티브가 됐다. 김 의원은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장애인 예산에 대해 질의하면서 성장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코이’라는 물고기를 소개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질의가 끝나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김 의원은 한국경제신문에 “연주를 하는 사람에게는 관객들의 박수가, 책을 쓴 작가에게는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이 큰 원동력이 된다”며 “여러분이 각기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어항을 깨고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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