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K건설 '엘도라도'…"교통지옥 해소 노하우 전수"

입력 2024-01-29 18:22   수정 2024-02-06 16:25


서울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파나마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4000달러 남짓이지만, 중앙아메리카에서는 가장 잘사는 나라로 꼽힌다. 세계 물동량의 3%를 차지하는 ‘파나마운하’ 덕분이다. 그러나 대서양과 태평양의 가교인 파나마에서 정작 국민이 운하를 건너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수도 파나마시티 서쪽의 외곽 도시에서 매일 몰려드는 출퇴근 인파를 도로가 감당하지 못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건설회사가 힘을 합쳤다.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HPH) 컨소시엄이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를 진행 중이다.

파나마시티 숙원 사업 공사 중
지난 16일 오전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 서쪽에 있는 파나마운하 입구에선 도시로 쏟아지는 출근길 차량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근교 아라이한주와 라초레라에 거주하는 50만 명 인구 중 대다수가 수도에서 일하고 있어서다.

주변 도시와 파나마시티 도심을 잇는 도로는 단 2개다. 그마저도 왕복 4차선이어서 아침마다 ‘출근길 지옥’이 펼쳐진다. 정부가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나눠 일방통행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은 출근길 정체 탓에 새벽 4시에 출근해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팬아메리칸 하이웨이(4만7958㎞)의 일부인 ‘아메리카 대교’는 북미와 남미 대륙을 잇는 통로다. 이 대교를 지나 파나마시티를 관통하는 이 고속도로는 극심한 교통체증과 반정부 시위로 최근 통제되는 날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HPH 컨소시엄이 공사 중인 파나마 메트로 3호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노선은 파나마시티 도심에서 아라이한까지 25.7㎞를 잇는 전철이다. 기존 1·2호선과 달리 수도와 근교를 잇는 유일한 노선이다. 자동차로 2시간30분에 달하는 출근 시간을 45분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장에선 기초공사와 기둥에 이어 콘크리트 궤도빔 설치가 한창이었다. 빔 제작을 위해 현지에 15만㎡ 규모 콘크리트 빔 공장을 별도로 마련했다. 노선 전체 2553개 빔의 각도와 회전율 등이 모두 달라 같은 모양의 빔을 찾기 어렵다. 특허 기술을 통해 설치 오차는 3㎜에 불과하다. 윤창호 현대건설 파나마 3호선 건설팀장은 “사업 초기엔 현지 엔지니어업체의 경험 부족으로 직접 빔을 제작했지만 최근 하도급을 주며 건설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세 가파른 ‘중남미’ 진출 확대
중남미 시장은 국내 건설사에는 ‘엘도라도’로 통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6억달러(약 8100억원)였던 2022년 한국의 중남미 수주액은 지난해 14억7000만달러(약 1조9854억원)로 1년 새 242.6% 증가했다. 북미·태평양(227.3%)과 중동(126.8%)을 앞선다. 지난해 동부건설이 엘살바도르에서 ‘로스초로스 교량 건설’(3억7000만달러·약 4878억원)을 따낸 데 이어 포스코이앤씨는 아르헨티나에서 2억6000만달러(약 3428억원) 규모의 염수 리튬 상업화 2단계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진행 중인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 규모만 28억4400만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운하 해저터널 구간 공사를 HPH컨소시엄이 추가로 맡으면서 공사 규모는 최대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중남미 현장 곳곳에서 쌓은 현장 관리 노하우와 발주처와의 신뢰 관계가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이앤씨가 2019년 준공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과 화력발전소는 파나마가 발주한 건설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공기를 지킨 사례로 꼽힌다.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국내 주요 건설사가 파나마에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실사 작업을 하는 등 중남미 진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인프라 사업 수주 확대를 위한 전초기지 성격으로 파나마에 진출하려는 국내 건설사의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파나마시티=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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