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청약통장 85만여좌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해 높아진 분양가 탓에 청약의 메리트가 줄어든 데다가 금리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이율이 낮은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공급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청약 통장에 신규 가입하는 숫자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출시 되는 청년 대상 청약저축 상품 등에 힘입어 급감하는 청약통장 좌수가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 청약통장은 총 2703만8994좌로 집계됐다. 1순위 통장은 1821만9527좌, 2순위는 881만9467좌였다.
1년 전인 2022년 12월과 비교하면 전체 통장은 85만5234좌가 줄었다. 1순위 통장은 64만8511좌, 2순위 통장은 20만6723좌 감소했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기준으로 지역별 가입자 수를 살펴보면 서울(611만724→598만4674좌)에서만 12만6050좌의 통장이 줄었다. 경기·인천(862만9737→842만5176좌)과 5대 광역시(514만7495→493만880좌), 기타지역(649만3339→627만2792좌)에서는 각각 20만좌가 넘는 통장이 사라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청약 시장이 급랭한 데다가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되며 수요자들의 청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평균 분양가는 ㎡당 518만3000원으로 2022년 같은 달(464만3000원)과 비교해 54만원(1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분양가는 ㎡당 904만1000원에서 1034만7000원으로 130만6000원(14.4%) 증가했다.
정부는 청약통장 가입 해지가 계속되자 지난해 8월 청약통장 금리를 기존 연 2.1%에서 2.8%로 0.7%포인트 인상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저리 대출과 연계되는 청약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선보였다. 이 통장은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 청년이 가입할 수 있다. 이자율이 최대 4.5%에 달하며 납부 한도는 월 100만원이다. 분양가 6억원,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청약에 당첨된 경우 금리 최저 연 2.2%, 최장 40년까지 지원되는 연계 대출도 받을 수 있어 관심이 높다. 청년 전용 청약은 다음 달, 연계 대출은 오는 12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청년 전용 청약 상품 출시가 얼어붙은 분양을 녹이는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전체 청약 통장 수는 여전히 줄고 있지만 청년 주택드림 청약 통장 발표 후 신규 통장 가입은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869만8373좌였던 2순위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정부 발표가 있었던 11월에는 870만6429좌로 늘었고 12월에는 871만2665좌가 됐다. 2순위 청약통장은 지역별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납입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통장을 의미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등은 가입 후 2년, 그 외 수도권은 가입 후 1년, 수도권 외 지역은 가입 후 6개월이 지나야 1순위 통장 요건이 충족된다. 예치금도 지역과 공급 주택의 전용면적에 따라 200만~1500만원의 요건을 맞춰야 한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 아파트 인허가와 착공 건수가 줄어 2025년 이후로는 신축 공급난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청약 시장에 관심을 갖는 수요자들이 느는 추세"라며 "2월 출시하는 청년 주택드림 청약저축 등과 맞물려 분양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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