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팩합병 1호' 크리에이츠, 몸값 낮췄다...고평가 논란은 진행형

입력 2024-01-30 14:07   수정 2024-01-31 16:09

이 기사는 01월 30일 14: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입성에 도전하는 골프 시뮬레이터 전문기업 크리에이츠가 예상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했다. 대형 스팩합병 1호에 도전하는 곳이다. 다만 주가가 여전히 매수청구권 가격을 밑돌고 있어 고평가 논란 꼬리표를 떼어내진 못했단 평가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크리에이츠는 전날 정정 증권신고서를 내고 크리에이츠와 NH스팩20호의 합병 비율을 1대 0.3657949에서 1대 0.4005468로 조정했다. 크리에이츠의 기업가치를 낮췄다는 의미다.

합병 후 예상 기업가치는 약 3600억원이다. 작년 8월 처음 합병 결정 당시 예상 기업가치는 약 4100억원이었는데 이달 초 3900억원으로 한 차례 낮춘 데 이어 추가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합병 비율이 바뀌면서 주주총회도 2월 14일에서 2월 23일로 열흘 미뤄졌다. 이날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합병 반대 의사 통지 기간 역시 2월 8일로 연기됐다.

스팩 주주를 중심으로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일부 스팩 주주는 크리에이츠보다 매출이 3배 이상 큰 골프존의 시가총액 약 5000억원이라는 점을 들어 고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크리에이츠는 골프 스윙을 분석하는 시뮬레이터 전문기업이다. 초고속 이미지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골프 론치 모니터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시뮬레이터 브랜드 QED로 잘 알려진 곳이다.

다만 이번에 기업가치를 낮췄음에도 NH스팩20호의 주가는 이날 오히려 하락했다. 오전 11시 20분 기준 NH스팩20호 주가는 0.61% 하락한 98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크리에이츠가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던 스팩 주주들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예상보다 하향 폭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실망한 매물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현 주가는 스팩 주주가 합병에 반대하면 받을 수 있는 매수청구권 가격인 1만580원은커녕 공모가 1만원을 밑돌는 수준이다. 기존 스팩 주주들로선 합병에 반대해 원금 이상을 지키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스팩 합병의 경우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많으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커진다.

크리에이츠와 NH스팩20호의 합병은 공모액이 300억원 이상인 대형 스팩 중 첫 합병 사례다. 그 뒤를 이어 2차전지 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하나금융25호스팩)가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NH스팩20호와 하나금융25호스팩의 공모액은 각각 400억원이다.

피아이이(하나금융스팩25호)는 오는 2월 1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회사 역시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만큼 이번 증권신고서에서 합병비율을 조정해 추가로 예상 기업가치를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25호스팩 주가 역시 9600원 안팎에 형성돼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피아이이는 처음 합병 결정 당시 예상 기업가치를 4888억원으로 제시했다가 작년 11월 4485억원으로 낮춘 바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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