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작가들 '미술 전시 혹한기' 녹인다

입력 2024-01-30 17:57   수정 2024-01-31 07:59



혹한의 1월에는 미술 전시도 얼어붙는다. 올해는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예년에 비해 더욱 줄었다. 상반기 대형 전시도 모두 2월 이후에 시작한다. 주요 대형 화랑도 대부분 2월부터 전시를 열 계획이다.

‘전시 비수기’라는데 요즘 미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재미있는 전시가 많아서 즐겁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명 작가의 블록버스터 전시가 줄었지만 예술성 있는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작가의 이름값이 높지 않고 언론 노출도 적지만 톡톡 튀는 조형이나 강렬한 색채 등으로 최근 미술계의 호평을 받고 있는 ‘숨겨진 보물’ 같은 전시를 정리했다.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1) 기괴하고 독창적인 이미지, 김정욱


서울 인사동 OCI미술관에서는 한국화가 김정욱(54)의 개인전 ‘모든 것’이 열리고 있다. 한국화라고 해서 얌전한 산수화를 기대하면 안된다. 흑백으로 그린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부릅뜬 눈과 시선, 마구 뒤섞인 이목구비 등이 기괴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조각과 도자기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독특하다.

이미지와 달리 재료와 기법은 철저히 한국적이다. 한지와 장지, 먹 등 전통 재료를 사용했다. 취향에 따라 작품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독창적인 작품세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전시다. 2월 8일까지 열린다.
(2) 톡톡 튀는 색채, 최나무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에서 열리고 있는 최나무 작가(46)의 개인전 ‘녹색 불을 지르는 사람’에 들어서면 통통 튀는 강렬한 개성의 색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형광빛이 도는 초록색과 노란색, 주황색 등을 사용해 내면의 에너지와 열정을 상징하는 ‘불’을 표현했다.


형광빛 색채와 흘러내리고 폭발하는 듯한 표현, 이를 통한 자기 표현은 한국 작가 그림 중 손꼽힐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작가는 “활활 타오르며 불을 쏘아대고 지르는 캐릭터를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18일까지 열린다.
(3) 아름다운 상상의 숲, 정영환
서울 논현동 서정아트에서는 ‘푸른 숲 화가’로 알려진 정영환(54)의 개인전 ‘에코 인 사일런스’가 열리고 있다. 정영환은 세필붓과 전통 서양화법으로 미묘한 색채의 아름다운 숲 풍경을 정교하게 그리는 화가다.

그의 작품에는 독특한 안정감이 있다. 숲의 모든 나무와 잎사귀를 기하학적인 규칙에 따라 배열한 덕분이다.

세련된 이미지 덕분에 작년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현대차와 디지털 아트를 만드는 협업을 하기도 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작가는 ‘제네시스 X 컨버터블’을 자신의 풍경화 속에 그려 넣었다. 작가는 “숲 그림들을 그리면서 스스로가 위로받았기에 관람객들도 함께 그림을 보며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17일까지.
(4) 스위스 신예 작가, 제레미
서울 삼청동 페레스프로젝트에서는 스위스 신예 작가 제레미(28)의 아시아 첫 개인전 ‘폭풍의 눈’이 열리고 있다. 고대 신화와 판타지 문학, 성소수자 문화 등을 주제로 한 독창적 화풍에 유럽 예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은혜 디렉터는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 서로 끌어안고 키스하는 천사와 악마 등은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색다른 풍경”이라며 “전시장에 준비된 사운드트랙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면 상상의 한계를 넘나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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