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쟁 양상이 바뀌고 있다. 회로 폭이 1㎚대까지 좁혀지면서 기술적 한계에 봉착해서다. 해법이 ‘최첨단 패키징’이다. 하나의 칩을 잘 만드는 데 집착하지 않고 각각의 공정에서 생산한 여러 칩을 연결해서 최고의 성능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파운드리 빅3가 매년 4조~5조원의 투자를 쏟아부으며 패키징 경쟁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TSMC는 최첨단 패키징 브랜드인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등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CoWoS는 ‘인터포저’(칩과 기판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층) 위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를 수평으로 배치해 작동하게 하는 ‘2.5D 패키징’의 일종이다. TSMC는 CoWos를 활용해 엔비디아의 H100 가속기를 생산한다. 칩을 수직으로 쌓는 3차원(3D) 패키징의 핵심 기술인 ‘SoIC’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포베로스는 인텔의 주력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인텔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인 ‘메테오레이크’는 기본 칩(타일) 위에 자사 4㎚ 공정에서 양산한 CPU와 TSMC 5㎚ 공정에서 제작한 GPU, TSMC 6㎚ 공정에서 만든 입출력(I/O)단자를 수직으로 패키징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I-CUBE’란 2.5D 패키징 브랜드를 갖고 있다. 3D 패키징도 본격화한다. 최근 임시 데이터 저장소 역할을 하는 S램을 CPU 등 프로세서 위에 쌓는 ‘SAINT-S’의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올해엔 CPU, GPU 등의 프로세서 위에 데이터 저장용 D램을 올리는 ‘SAINT-D’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HBM 공급과 파운드리, 최첨단 패키징을 결합한 ‘턴키 서비스’도 제공한다.
시장의 수요가 커지고 대형 파운드리 기업 간 투자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최첨단 패키징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443억달러 규모이던 최첨단 패키징 시장은 2028년 786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첨단 패키징의 미국 내 공급망 조성을 위해 3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내걸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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