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업계에 따르면 다임러트럭과 미국 상용차 업체 커민스 산하 아셀레라, 파카는 최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 부지를 미시시피주 마셜카운티로 확정했다. 이들 세 회사는 앞서 미국 내 배터리셀 생산을 위해 합작법인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새 공장은 연 21GWh 규모로 2027년 가동에 들어간다.
이 합작법인의 배터리 기술 파트너는 중국 이브에너지다. 이브에너지는 합작공장의 배터리셀 생산을 사실상 도맡지만, 지분은 10%만 갖기로 했다.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법인을 ‘해외우려단체(FEOC)’로 지정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IRA 규정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합작으로 이브에너지는 궈시안과 CATL에 이어 미국에서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는 세 번째 중국 기업이 됐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당장 저가형 LFP 배터리가 필요한 완성차 업체들로선 중국 외에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미국 정부도 이런 현실을 고려해 우회로를 열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드는 앞서 CATL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미국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을 최대주주로 들이고 스위스 증시에 상장해 ‘중국색’을 지운 궈시안도 미국 내 배터리 공장 두 곳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합작하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가 LFP 배터리를 조달하기 위해 중국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GM이 최근 미국 정부에 “라이선스 계약의 주체가 FEOC로 지정되지 않도록 고려할 수 있는 요소를 자세히 알려달라”고 문의했기 때문이다. 쩡위친 CATL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포드와의 기술 라이선스 합작 모델을 바탕으로 더 많은 유럽·미국 완성차 제조사, 심지어 배터리 업체와도 라이선스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LFP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 업체의 ‘꼼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기차 가격 전쟁’이 심화하면서 생산비용이 저렴한 LFP 배터리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에 집중해온 한국 업체들은 2026년에나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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