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모빌리티와 우버의 모빌리티 플랫폼 우티(UT)가 내놓은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 ‘블랙’의 운영이 중단됐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혁신 택시’가 또다시 좌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티는 30일 내부 검토 끝에 블랙 시범 운영 서비스를 1월 말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고급 세단과 전문 수행 기사를 활용한 블랙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 왔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의전이 필요한 기업 고객 등 특수 시장을 노렸다. 택시 시장을 확대할 새로운 시도로 기대를 받았지만 두 달도 채 안 돼 서비스를 접었다.
우티가 블랙 서비스를 위해 택시 스타트업(타입1)인 레인포컴퍼니와 협업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타입1은 택시 면허 없이 운행할 수 있어 ‘제2의 타다’로 불린다. 국토교통부는 택시 서비스 다양화를 위해 우티가 레인포컴퍼니에 플랫폼을 개방하는 것을 허가했다. 택시업계는 우티 블랙 서비스가 일반 승객도 이용할 수 있어 기존 택시 영역과 겹친다며 크게 반발했다. 택시 단체들이 국토부와 우티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우티 관계자는 “블랙은 외국인과 의전용 차량 시장을 보고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혁신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기도 전에 여러 이해관계자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확인했고, 중단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승객 골라 태우면 불법…사업 접으라는 것"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는 지난 17일부터 조를 편성해 국토부와 우티 등에 하루 수백 통의 민원 전화를 넣으며 우티의 블랙 서비스 중단을 압박했다. 우티 플랫폼으로 레인포컴퍼니 차량을 호출할 수 있게 되면 승객이 나뉘어 수입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택시 면허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두려움도 컸다.
택시 업계 반발이 본격화하자 플랫폼 개방을 허용했던 국토부가 꼬리를 내렸다. 우티에 “타입1 사업자인 레인포컴퍼니가 일반 승객을 태우면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운송사업자는 법적으로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없기에 사실상 서비스를 중단하란 것과 마찬가지 요구였다. 레인포컴퍼니가 “블랙 호출엔 10대 미만의 차량만 공급돼 택시 업계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레인포컴퍼니를 비롯한 타입1은 국토부가 2020년 타다를 퇴출하며 도입한 플랫폼 운송사업자다. 이들은 택시 면허 없이도 차량을 구매하거나 빌려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신 승객의 범위가 제한된다. 레인포컴퍼니는 법인용 의전차량만 운영 중이다. 운행 대수가 정해져 있다. 현재 레인포컴퍼니와 파파모빌리티, 코액터스 등 3개 업체가 520대를 운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타다 퇴출 사태가 재연됐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가족까지 합하면 100만 표에 달하는 택시 업계를 의식해 몸사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초 국회는 택시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여야 할 것 없이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타다를 퇴출했다. 당시 ‘타다 퇴출’을 주장하며 택시 기사 4명이 분신해 3명이 사망했다. 타다 경영진이었던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전 VCNC 대표 등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플랫폼 운송사업 관계자는 “정부가 택시 혁신을 표방하며 내놓은 타입1을 타다와 마찬가지 이유로 죽이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한국에서 어떤 스타트업도 혁신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승차난 해소를 위해서라도 모빌리티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그만두는 택시 기사가 늘면서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 서울 번화가를 중심으로 승차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택시 기사는 23만5766명으로 2019년(26만7745명) 대비 11.9% 감소했다. 법인택시 기사는 7만1187명으로 같은 기간 30.7% 줄었다.
고은이/장강호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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