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상장=호재'라는 공식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포스코DX에 이어 엘앤에프까지 이사 첫날 주가가 급락하며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전 상장 이벤트보단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전날 코스닥 시장을 떠나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고 주가가 급락했다. 보통주 3624만7825주가 신규 상장됐다. 주가는 빨간불을 띄우며 출발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했다. 결국 전 거래일 대비 1만4300원(8.97%) 하락한 14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엘앤에프 주가는 지난 16일 급등한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52주 최저가 12만7900원과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당시 엘앤에프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피 이전상장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통보받았다. 재료가 소멸했다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던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29일 개인 투자자는 694억원을 팔아치웠다. 기관은 772억원을 순매수하며 대응하고 있다.
기대와 달리 주가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주주는 종목토론방에 "최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도 신저가 행진을 이어갔다"며 "엘앤에프도 52주 저점보다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주는 "30만원대는 이제 꿈도 안 꾼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작년 4월 3일 장중 엘앤에프 주가는 34만9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실적이 저조한 것도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엘앤에프는 작년 2~4분기 모두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하며 양극재 판가가 떨어졌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작년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5% 줄어든 6576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 부문은 2804억원 적자 전환했다. 연간 영업손실도 2223억원에 달했다.
주가 하락으로 코스피200 특례 편입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 특례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다. 신규상장 종목이 '매매 거래일 기준 15일간 일평균 시가총액 상위 50위 이내를 유지'하면 코스피200 조기 편입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조건을 맞추면 다음 달 선물 및 옵션 만기일에 특례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엘앤에프 시가총액은 5조2596억원으로 시총 67위다. 50위권에 진입하려면 SK스퀘어(7조324억원)를 넘어서야 한다. 시가총액을 2조원 가까이 불려야 가능한 수준이다. 조기 편입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오는 6월 정기 변경에 편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이전 상장한 포스코DX 주가도 신통치 않다. 지난해 포스코DX는 이전 상장 후 포스코DX는 작년 한 해 1087.2% 급등하며 주목받았다. 작년 초 6000원 초반대였던 포스코DX 주가는 작년 말 7만4200원까지 올랐다. 다만 코스피에 데뷔한 올 들어선 주가가 23.32% 하락했다.
코스피 이전상장은 인지도 향상, 기업가치 재평가 측면에서 호재로 받아들이는 투자자가 있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없이 이벤트만으로 주가가 오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식처럼 인식되던 '코스피 이전상장은 주가 상승'이라는 분석에 보수적인 입장"이라며 "2차전지 업황, 엘앤에프 펀더멘털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 엘앤에프의 구조적 저평가 해소, 주주가치 극대화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