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보다 56조원 넘게 덜 걷히면서 사상 최대 '세수 펑크'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부동산 시장까지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국세수입 실적(잠정)을 31일 발표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약 34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95조9000억원) 대비 51조8000억원(13.1%) 감소한 수치다. 국세수입이 전년대비 줄어든 것은 2020년 이후 3년만이다. 1992년 이후 연간 국세수입이 전년보다 줄어든 경우는 1998년과 2009년, 2013년, 2019년, 2020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총 여섯 차례 있었다.
예산(400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56조4000억원(14.1%) 덜 걷혔다. 최진규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초과세수를 기록했을 때는 이보다 오차율이 컸던 적이 있었지만, 마이너스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설명했다. 작년 9월 발표한 세수 재추계치(341조4000억원)보다는 2조7000억원 많이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세목별로는 법인세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법인세는 23조2000억원 적게 걷혔다. 2022년 4분기 이후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듬해 상반기까지 기업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상장사 영업이익은 2022년 상반기 6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8조8000억원으로 70.4%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로 거래가 줄어든 점도 국세 수입이 감소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소득세 수입은 전년 대비 12조9000억원 줄어들었는데, 이중 양도소득세가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실제 순수토지매매거래량은 2021년 11월~2022년 10월 72만4000필지였지만 1년 뒤인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는 48만9000필지에 그쳐 32.4% 감소했다. 주택매매거래량도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3만호를 기록해 전년 동기(57만1000호)대비 7.1% 감소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시지가 하락과 세율 인하 등의 영향으로 2조2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전년 대비 18.6% 하락했다.
부가가치세와 관세 명목으로 거둔 세금도 각각 7조9000억원, 3조원씩 감소했다. 수입액이 2022년 7314억달러에서 지난해 6427억달러로 12.1%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의 국세수입은 1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월 대비 2조5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2022년 12월과 비교하면 종부세(-1조8000억원)와 부가가치세(-2조1000억원)가 덜 걷혔지만, 소득세(8000억원)와 법인세(2000억원) 국세 수입이 늘면서 감소폭을 완화했다. 최 과장은 "12월엔 근로소득세가 다소 늘었고, 법인세분은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금리 상승에 따라 원천분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감세대책이 올해 세수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양도세 관련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국세 수입은 오는 3~4월 법인세가 얼마나 걷힐 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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