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하이닉스 덕분에…SK그룹, 5조 현금 마련 순풍

입력 2024-01-31 16:39  

이 기사는 01월 31일 16: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달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가 사상 최대 규모에 육박한 가운데 SK그룹도 5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마련했다. 대기업 그룹 가운데 조달폭이 가장 컸다. 주력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기관의 수요가 몰렸다. 선제적으로 반도체·배터리 설비자금 확보하려는 SK그룹의 자금조달 전략도 순풍을 타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SK온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는 올 1월에 글로벌본드·회사채로 4조645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1월에 SK그룹 계열사가 조달한 금액(2조9234억원)에 비해 58.9% 늘어난 규모다. SK그룹의 조달 규모는 다른 주요 그룹과 비교해도 가장 많았다.

SK하이닉스와 SK온 배터리 자회사인 SK배터리아메리카가 이달 각각 15억달러(1조9950억원), 5억달러(665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SK E&S(5000억원), SK인천석유화학(3000억원), SK렌터카(3000억원), SK지오센트릭(3000억원), SK실트론(2000억원) 등이 조달을 주도했다.

SK그룹이 나란히 조달에 나선 것은 만기가 도래하는 빚을 갚기 위한 목적이다. 1년 이하 단기차입금을 3년 이상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해 '상환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유인이 컸다. 연내 총선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 불확실성을 키울 변수가 높은 만큼 선제적으로 장기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SK E&S도 이번에 3·5년 만기의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농협은행·국민은행에서 1년 만기로 빌린 단기차입금 2500억원을 상환한다. SK실트론도 3년 만기의 회사채로 1200억원가량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기관투자가 수요가 몰린 것도 조달을 늘린 배경이다. SK실트론, SK지오센트릭, SK렌터카 등은 계획한 것보다 1000억~1500억원가량 발행액을 늘렸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올 4분기에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분기 기준으로 1년 만에 흑자전환한 영향이 컸다. 그룹 전반의 현금창출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기관 수요가 늘었다.

반면 롯데그룹의 자금조달 작업은 순탄치 못하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최대 4000억원가량의 회사채 발행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여파로 롯데건설의 자금난 우려가 불거진 결과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최대주주로 지분 44.02%를 보유 중이다. 2022년에는 자금난을 겪던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긴급 대여하기도 했다.

김익환/장현주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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