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1일 07: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작년 말부터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에 나서는 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증권사 실무진이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형 기업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주관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다수 기업이 IPO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섰다.
작년 하반기 주관사 선정에 나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주관사 경쟁 PT를 진행한 SLL중앙은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을 선정했다. 비모뉴먼트는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삼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IPO 분야 상위권 증권사가 고르게 선정된 결과가 됐다”며 “그만큼 압도적인 주관사가 없다는 의미이자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LS이링크, 서울로보틱스, DN솔루션즈, 케이뱅크,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국내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작년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대형 IPO 기업의 공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증시 입성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각 증권사는 기업별 입찰 제안서 작성과 함께 PT 준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하면서 업무 피로도가 더욱 높다는 후문이다.
과거엔 증권사로부터 입찰제안서를 접수한 뒤 쇼트리스트(적격 후보자 명단)를 추려 PT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쇼트리스트(적격 후보자 명단)를 추리지 않고 입찰제안서를 낸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PT를 진행하는 곳이 대다수다.
일부 증권사 IPO 실무진은 작년 연말 휴가를 반납한 데 이어 오는 2월 설 연휴도 사실상 반납할 각오를 하고 있다. 또 어떤 기업이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보낼까 무섭단 말이 농담만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최근에는 기업가치가 1000억원 안팎인 중소형 IPO 기업이 주관사 선정을 위해 경쟁 PT를 진행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는 후문이다. 과거엔 중소형 IPO 기업은 통상 수의계약 형태로 주관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쟁 PT를 통해 자사의 기업가치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평가다.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도 IPO를 새 먹거리로 점찍고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에 나선 점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IPO 기업의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주도권을 쥔 위치에서 파트너십을 맺으려 한다는 것이다.
대형 IPO부터 중소형 IPO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각 증권사 담당 임원들의 일정표도 경쟁 PT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대형 증권사 IPO 본부장은 “늦어도 2~3년 내 상장 가능성이 높은 곳들인 만큼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선 소홀할 수 없다”며 “바쁘지만 결실을 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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