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오던 병원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져 뇌사 상태가 된 6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렸다.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8일 인천성모병원에서 황영옥(69)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밝혔다.
황 씨는 지난달 5일 10년 넘게 병간호 봉사활동을 하는 인천성모병원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그날도 어김없이 봉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던 바다. 황 씨는 급히 응급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듣고, 남을 돕기 위해 봉사를 하려다 떠난 황 씨의 마음을 떠올려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황 씨는 뇌사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경북 영주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황 씨는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았다. 주변 사람에게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동생의 권유로 20년 전부터 노인복지회관과 병원 병간호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왔다.
동생 황영희 씨는 "어머니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셔서 언니가 학비도 내주고 친엄마처럼 돌봐줬다. 어려운 살림에도 늘 가족과 남들을 돕던 착한 언니였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32년 전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안구 기증을 했는데 그러한 경험으로 인해 누군가를 돕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하늘에 있는 언니에게 "같이 여행 가자고 했는데 내가 일한다고 나중에 가자고 한 게 너무 미안하다. 하늘나라에서는 고생하지 말고, 언니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엄마와 먼저 만나서 잘 지내고 있으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남을 위해 봉사를 하러 간 병원에서 생명나눔을 실천하신 기증자와 그 뜻을 함께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삶의 끝에서 전해준 희망은 새로운 생명으로 밝게 피어나 세상을 환하게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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