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큰손들의 재테크 수단이다. 쌀 때 좋은 건물을 잡으면 최소 수억원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건물 자체가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투자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다. ‘하느님 위에 건물주’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소액으로도 건물에 투자할 방법이 생겼다. 일명 ‘조각 투자’ 방식이다. 건물을 여러 지분으로 쪼개고 그 지분에 투자하는 것이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일부지만 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관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조각 투자는 투자 수익률만큼 투자자와 교감하는 공간 경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설립된 루센트블록은 고가 부동산을 소액 단위로 분할하고 증권화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 ‘소유’를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투자자는 소유에서 부동산 지분을 1인당 5000원부터 최고 2000만원어치까지 거래할 수 있다.
창업자인 허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했다. ETRI의 기술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루센트블록을 창업했다. 루센트블록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시리즈B(사업 확대 단계)에서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340억원 이상이다.
소유는 2021년과 2023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됐다. 2022년 6월 국내 최초로 토큰증권(ST) 방식으로 서울의 ‘안국 다운타우너’ 건물을 증권화했다. 루센트블록은 지금까지 7개 건물을 소유에 상장해 이 부동산의 지분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허 대표는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건물을 일부라도 팔고 싶어 하는 매도 수요가 증가했다”며 “투자자의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해당 건물과 투자자의 교감 또한 상장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안국 다운타우너 투자자는 수제버거 맛집 다운타우너에서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2022년 4월에 나온 소유는 출시 1년6개월 만에 회원 30만 명을 확보했다. MZ세대 비중이 70% 이상이고 여성 이용자 비율은 40% 정도다. 누적 공모금액은 198억원이다. 허 대표는 “다른 금융·재테크 서비스와 비교하면 여성 비율이 2~3배 높다”며 “유명 맛집 건물을 공모해 여성 투자자들이 투자의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루센트블록는 투자 가치가 있는 건물을 계속 상장하고 사용자와 접점을 늘려 거래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허 대표는 “올해는 고객에게 감동까지는 힘들어도 만족은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 수백 개가 넘는 건물을 상장해 중개하고 싶다”며 “현재 경영 여건에서 공모 건물 수를 최대한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김주완 기자/사진=최혁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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