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산업구조 대전환에 나선 경북 구미시가 혁신적인 출산·교육·의료정책 등 정주 여건 개선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전략산업 특화단지와 방산클러스터 유치에 성공한 구미시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교육, 출산, 의료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저출산 극복과 지방 투자 유치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월부터 신생아집중치료실 운영
김장호 구미시장(사진)은 31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그동안 도내에 한 군데도 없던 신생아집중치료실을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북 최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신생아집중치료실은 민간 병원들이 적자를 이유로 구미를 비롯한 경북지역에서 2017~2020년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이에 구미시가 나서서 2월 종합병원을 선정한 후 3월부터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 시장은 “5개 집중치료실과 의료진, 인큐베이터를 갖춘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운영함으로써 한 해 평균 구미지역 신생아 2000여 명 중 11%대에 이르는 고위험 신생아의 치료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구미시는 민선 8기 들어 교육과 아동 의료를 위한 혁신적인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김 시장은 순천향대 구미병원에 20억원을 들여 365소아·청소년진료센터를 연중 24시간 운영하도록 했다. 구미시가 11억원, 경상북도가 3억원, 병원이 6억원을 부담했다. 병원은 전문의 6명과 간호사 9명을 뽑아 상시 대기하며 야간 및 휴일 응급 아동 환자를 위한 의료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이은영 구미시 의약관리팀장은 “도입 첫해인 지난해 9017명이 이용했고 이 가운데 칠곡 김천 문경 상주 등 인근 도시 주민이 32%나 됐다”고 말했다.
김 시장이 이처럼 의료서비스 개선에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은 지난해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클러스터 지정으로 기업의 세제 혜택, 전기, 용수 등 투자 유치 환경은 전국 최고지만 정주 여건은 수도권에 뒤진다는 판단에서다.
○강남 입시컨설턴트도 초빙
의료뿐만 아니라 교육 복지도 구미시가 신경 쓰는 분야다. 김 시장은 지난해 3억원의 예산을 들여 8개 대입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한 회 상담비가 100만원을 웃도는 수도권 유명 학원의 전문 컨설턴트 5명을 초빙해 ‘1 대 1 맞춤형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미 13개 일반고의 추천을 받은 187명이 혜택을 봤다. 이 밖에 수시 면접 논술 지도 등 유명 학군 못지않은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구미시의 이런 정주 여건 혁신은 국책사업 유치와 맞물려 기업 투자 유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구미시는 이번 민선 8기에 335개사에서 4조3494억원을 유치해 4000명의 고용 창출을 끌어냈다. 1년6개월 만에 민선 7기 전체 투자 유치의 절반을 넘어섰다. 김 시장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새로운 구미의 50년 역사를 쓰겠다”고 강조했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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