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도입 2년 동안 검찰의 관련 사건 기소율이 약 8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령이 모호한데다 무혐의 처분 절차가 복잡해 기소율이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면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미비한 영세 사업장에 대한 기소가 쏟아져 범죄자를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산업재해가 510건 발생한 가운데 검찰은 이날까지 고용노동부로부터 107건의 사건을 송치받아 51건의 수사를 마쳤다. 전체 51건 중 기소된 사건은 39건으로 기소율이 76.4%에 이른다. 공공수사(노동·안보·선거 등)를 전담으로 맡는 검사 수는 작년 11월 기준 266명이다.
검찰은 12건(급성중독, 끼임, 폭발, 추락사고 등)에 대해서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령 자체가 모호하고 사건마다 첨예한 법리 다툼이 벌어지고 있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불기소 결정 절차도 복잡하다. 주임 검사가 부장검사를 통해 지청장을 설득하고 대검찰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선 지청에서 무혐의로 결론을 내도 대검에서 불승인하면 재수사 대상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례나 판례가 부족하다"며 "노동청과 검찰이 사실관계와 법리를 신중히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협의나 검토 절차를 면밀히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의 불기소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 여부다. 검찰이 불기소 결정한 3건(에스오일·LG전자 자회사 하이엠솔루텍·대흥알앤티)의 경우, 경영책임자가 법령상 정해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대재해 사건의 경우 유족과의 합의가 감형에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합의금이 폭등하는 일도 빈번하다. 한 대형로펌의 노동팀 변호사는 “대표가 구속될 수 있는 만큼 중대재해 사건의 1인당 합의금은 10억원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건설업처럼 대표가 집행유예만 나와도 각종 인허가 제약을 받는 업종의 경우 합의금은 더욱 치솟는 분위기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업자의 경우 부실시공을 이유로 등록말소, 영업정지 등 별도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중대재해 사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건 13건이다.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1건에 대해서만 실형이 선고됐고, 나머지 12건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법원의 양형사유로는 합의에 따른 유족 측의 처벌불원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고인의 반성, 재발방지노력, 동종 전과 여부, 피해자 측 과실 등이 함께 고려된다.
유죄를 받은 판결에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3호와 5호가 위반 사항으로 가장 많이 적시됐다. 해당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고(3호),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에 대한 평가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도록(5호) 규정하고 있다.
거액의 합의를 한 탓에 유족들도 대표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판부에서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대표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정형에 비추어 다소 낮은 수준의 형량이 선고되고 있는데 재판부가 사고의 인과관계 및 고의 인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양형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일정 규모의 사업장에서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법이다. 2022년 1월 27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에 우선 적용됐다. 5∼49인 사업장에는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됐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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