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을 늘려도 돈을 잘 버는 분야로 의사들이 쏠려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의료계 등에선 “제도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비판해왔다.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는 낮은 건강보험 진료비 구조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돈 잘 버는’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형외과 등엔 의사가 몰린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가 수십 년간 이어지면서 문 연 소아과가 사라져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안고 ‘소아과 오픈런’을 해야 했다. 응급 환자는 수술할 의사를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신세가 됐다. 의사를 늘려도 이를 바꾸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란 비판이 이어진 배경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이날 발표에선 제외했다. 정부는 대신 ‘단순히 의사만 늘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담았다.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필수의료 의사가 비필수 분야 의사보다 경제적으로도 대우받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의사=돈 잘 버는 직업’이란 개념을 ‘의사=사람 살리는 직업’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사만 독점하던 피부·미용 시술의 진입 자격을 다른 직종까지 푸는 방안도 추진한다. 미용의료 시술에 관한 별도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영국은 등록 간호사가 보톡스·필러 등의 추가 자격을 취득하면 시술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도 간호사가 레이저, 주사시술 등을 할 수 있다. 복지부는 사회적 논의 등을 거쳐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학 입시에서 지역 출신 인재를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비율을 대폭 높일 계획이다. 지금은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 인재로 채워야 한다. 80%로 정한 부산대 전남대 등의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부 대형 대학병원(3차 병원)은 4차 병원에 해당하는 ‘고도 중증진료병원’으로 기능을 개편해 수도권 특정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구조를 바꿀 계획이다.
이지현/황정환/허세민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