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 농퓰리즘…'제2 양곡법' 밀어붙였다

입력 2024-02-01 18:47   수정 2024-02-02 02:18

더불어민주당이 ‘제2양곡법’을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방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양곡법과 비슷한 법안을 또다시 강행 처리한 것이다.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제2양곡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없음에도 거대 야당이 지지층 표심을 의식해 ‘입법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민주당 등 야당은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강행 처리했다. 이들 법안은 쌀과 무, 고추, 마늘 등의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정해진 가격에 사들이도록 해 제2양곡법으로 불리는 법안이다. 기존 양곡법보다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야 하는 작물을 쌀에서 무, 고추 등으로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산 낭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산물 시장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과잉 생산을 부추겨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고 과도한 예산 투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법안 일방 처리에 반발하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제2양곡법 법안이 올라온 것은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난달 15일 안건조정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한 결과다. 안조위를 통과하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전체회의로 곧바로 법안이 올라간다. 안조위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3명(윤준병·신정훈·이원택)에 민주당 출신인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가세해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달곤 농해수위 간사는 “(안조위에서) 30분 만에 법안 6건이 토론됐다”며 “(민주당에 의해) 안조위가 범법적인 법안소위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조위원장을 맡은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안조위가 적법하게 구성돼 적법한 회의를 거쳐 (법안을) 조정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날 농해수위에서 처리된 법안이 실제로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농해수위 전체회의 다음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어서다. 농해수위에서 야당이 일방 처리한 법안의 전체회의 상정을 법사위 여당 간사가 합의해줄 가능성도 작다.

야당이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법사위를 우회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선 적어도 5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는 5월 29일이면 21대 국회가 종료되고 상정된 법안이 모두 폐기되는 점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뻔히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원종환/황정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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